크라이슬러 300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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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규혁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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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미국산 승용차라고 하면 V8엔진에 출렁이는 서스펜션을 갖춘 커다란 풀사이즈카들이 주류를 이루던 때가 있었지요.

미국차의 판도를 크게 바꾸어 놓은 것은 70년대 두번 불어닥친 유류파동이었습니다. 작고 경제적이며 신뢰도 높은 일본차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고 미국차들은 몸집을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게 되었지요. 그러면서도 미국 업체들은 풀사이즈 세단을 라인업에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그중 크라이슬러는 다지 디플로매트/크라이슬러 뉴요커/ 플리머드 그랜드퓨리 - 세 차종 모두 같은 섀시와 바디에 약간의 트림과 외형 일부만 다릅니다 - 를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생산했습니다.

이들은 풀사이즈와 미드사이즈의 중간급이었고 크라이슬러는 이들을 마지막으로 FR 풀사이즈 대신 전륜구동의 LH 세단을 내놓았습니다. 그 이후 미국산 대형 후륜구동 세단은 시보레 카프리스, 시보레 임팔라, 뷰익 로드마스터, 이 세차종 역시 기본적으로 같은 차입니다. GM 풀사이즈와 포드 크라운 빅토리아, 머큐리 그랜드 마퀴의 포드차로 양분되었지요. 그러던 중 GM 풀사이즈 세단이 97년 단종되었고 크라운 빅토리아와 그 형제차만이 유일하게 남은 아메리칸 풀사이즈 세단이 되었습니다. 크라운 빅토리아는 경쟁상대도 없으나 주요고객층도 일반인들보다는 택시와 경찰차가 대부분인만큼 시장도 한정적이었다고 볼수 있겠죠. 그러던 중 새로운 아메리칸 풀사이즈 세단이 얼마전 등장했습니다.

벤츠의 구형 E 클래스 부품이 많이 사용된 크라이슬러 300이 바로 그 주인공이죠.

특히 크라이슬러 300에는 헤미 V8 엔진이 탑재되어 여러가지 면에서 미국인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헤미는 크라이슬러에서 50년대에 내놓은 고성능 엔진의 이름이었죠. 당시는 플랫헤드의 V8 엔진을 사용했는데 2차대전 이후 크라이슬러는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면서 다각도로 실험을 진행했다죠.

압축비를 높이면 성능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했으나 휘발유의 옥탄가도 함께 높여야 했으므로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연구가 진행되었고 결국 그동안 제조원가와 양산성때문에 기피해오던 반구형 연소실을 갖춘 V8 엔진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반구형 연소실을 갖춘 실린더 헤드를 갖춘 엔진은 51년형 크라이슬러 화이어파워에 처음 탑재되었죠. 초기 헤미엔진은 180마력을 냈으나 압축비와 밸브타이밍을 손보고 배기량도 늘려 출력도 점차 올라갔습니다.

미국차의 출력경쟁에 불을 붙인 치는 55년 등장한 크라이슬러 300이었습니다.

300 이라는 숫자는 300마력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크라이슬러 300은 데이토나 비치에서 속도기록을 세우고 나스카 레이스에 300을 투입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었지요. 이후 헤미라는 이름은 고성능의 대명사처럼 인식되며 60년대 후반 머슬카 열기에 편승하여 크라이슬러의 여러 차종에 헤미 엔진이 탑재되었고 그중에는 400마력을 넘는 시판차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유류파동 이후 헤미라는 이름은 자취를 감추었다가 2003년 다지 트럭에 탑재된 신형 엔진에 다시 그 이름이 사용되게 되었습니다. 헤미라는 이름과 관련이 깊은 크라이슬러 300이 다시 부활했을때는 LH 세단의 연장선인 전륜구동의 300M 이었으나 올해 등장한 새모델은 V6와 V8엔진을 탑재한 후륜구동으로 바뀌었지요. 5.7리터 배기량으로 340마력의 최고출력과 53.8kg-m의 최대토크를 내는 크라이슬러 300C 헤미는 MDS (Multi Displacement System) 을 갖추고 있습니다. MDS는 V8의 파워가 필요하지 않은 정속주행등 경부하 상황에서 4개의 실린더를 작동시키지 않으므로서 연비를 향상시키는 시스템이죠.

예전에 캐딜락에 사용된 바 있는 8-6-4 시스템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헤미 엔진을 장비한 크라이슬러 300C는 대단히 파워풀한 가속성능을 보입니다. 발진가속이나 추월가속 모두 부드러우면서도 거침이 없더군요. 변속기와의 조화도 좋고 파워밴드도 넓어 편하게 운전하기에 좋은 특성을 보입니다.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에 가까운 완만간 가감속 상황에서 가끔씩 미세한 동력변화를 보일때가 있는데 변속기의 로크업 클러치가 작동하는 것인지 MDS가 작동되는 것인지 구분할만큼 분명하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연비는 운전하기에 따라 비교적 큰 차이를 보이더군요. 린번엔진도 린번모드가 작동하도록 운전하지 않으면 별반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MDS도 연비가 좋게 나오게 하려면 가급적 부하가 적게 걸리도록 운전해야 합니다. 시승도중 계측한 전반적인 연비는 6~10 Km/l 정도였습니다.

300 시리즈는 크라이슬러가 K카 이전의 후륜구동 승용차인 크라이슬러 뉴요커/다지 디플로매트/플리머드 그랜드 퓨리 이후 20여년만에 내놓는 첫 FR 차입니다.

한동안 FR을 만들지 않았던 크라이슬러지만 300C의 경우 벤츠의 구형 E 클래스와
하체구조의 상당부분을 공유합니다. 차급과 크기가 다르므로 벤츠와 플랫폼을 공유한다기보다는 서스펜션이 응용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네요.

당당한 체구와 외모, 넓은 실내, 고급스러운 마무리등은 미국차와 유럽차의 장점을 잘 버무린듯한 느낌이네요.

실내는 깔끔하고 넓습니다. 뒷좌석 공간은 충분히 여유롭지만 접히는 암레스트에 달린 컵홀더를 제외하면 별다른 편의장비가 없다는 것은 이 차가 운전자 중심임을 간접적으로 이야기해주는 부분이지요. 어딘지 헐거운 미국차의 운전감각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페달의 답력, 스티어링의 무게감과 유격, 셀렉트레버의 움직임, 각종 스위치와 컨트롤류의 절도나 탄력도 유럽차의 느낌입니다. 묵직하면서도 유연하게 코너를 돌아가는 느낌도 상당히 좋습니다.

2천마일밖에 뛰지않은 새차라서 서스펜션이 길들지 않아서인지 의외로 승차감은
다소 단단한 편입니다. 표면이 고르지 못한 포장도로에서는 다소 튄다는 느낌이더군요. 속도를 높여달리면 충격을 잘 흡수해줍니다만 중저속 영역에서는 조금 단단한 인상입니다. 풍만한 토크의 V8을 제외하면 전형적인 미국차에 기대하는 것과는 여러모로 다른 느낌이지요.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동급차종이라면 아마도 크라운 빅토리아와 그 형제차들이 유일하겠지요.

크라운 빅토리아는 2년전 외관은 그대로 둔 채 서스펜션과 프레임을 크게 개선했으나 기본 설계가 오래된 만큼 최신형인 크라이슬러 300 시리즈와 맞붙기에는 여러가지로 역부족입니다. 크라이슬러 300C는 현존하는 차중에 가장 미국적인 승용차면서도 유럽적인 냄새가 나는 차더군요.

(글:권규혁 - http://mm.intizen.com/beetle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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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이기육님의 댓글

  • 이기육
  • 작성일
정말 맘에 드는 미국차죠~~!!!!

김도훈님의 댓글

  • 김도훈
  • 작성일
인테리어가 차값에 비하면.. 영~~~!!

김영미님의 댓글

  • 김영미
  • 작성일
이야 권규혁님 글은 정말 재미나게 읽고 있습니다..다른 사람들은 글은 거의 끝까지 안읽는데 말이죠..ㅋㅋ 앞으로도 좋은 차 시승기좀 올려주시고요...맨 마지막 사진은 와이프신가요??행복해 보이시는군요..^^ 나두 행복해 지고 싶오라..ㅠㅠ

정명휘님의 댓글

  • 정명휘
  • 작성일
참 묘한 느낌이네요..지금 듣고 있는 음악과 이글이 그리도 잘어울린다는 느낌이. 글이. 질리지 않고. 좋군요.. 잘쓰셧어요.. ^^ 미국차. 성능 아주 좋아요. 독일차가 그동안 좋다고 생각했지만. 이차. 개인적으로. 앞 첫인상이 맘에 드네요.. 타보고 싶지만 .. 여력이 안되서 못타는차.. 밟으면. 덩치에 안맞게 잘나가는차가 생각나네요

김한진님의 댓글

  • 김한진
  • 작성일
차보다도 글쓰신분의 정성이 새록새록 베어 있는 듯 합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리구요. 차에 대해서 조금씩 조금씩 견문을 넗혀 나가고 있습니다.

김도원님의 댓글

  • 김도원
  • 작성일
차 앞모양이 롤스로이스를 닮은것 같은데~~~ 아닌가?<BR>

김현우님의 댓글

  • 김현우
  • 작성일
저도 첨에 롤스로이스 생각했슴니다

권정애님의 댓글

  • 권정애
  • 작성일
저... 시승운전 해봤는데... 한8,000K 뛴거던데...잡소리 장난 아니였습니다.<BR>영업사원 말로는 기자들이 심하게 타서 그렇다던데... 쩝, 구ㅡ래도 8,000K에 하부에서 잡소리 나면 그거 문제 있는거 아닌가 싶네요. 테클 거시지 마시구요. 아무튼 순발력은 좋더라구요. 근데, 왠지... 내부도... 좀...우드가 아니라 시트지 붙인거 같더라구요. 6000만원이나 하는차에... 아무튼 차량구입시 도움이 되셨슴 좋겠네요. 전혀 별뜻없습니다. 다만, 제가 몰아보고 느낀겁니다. 

임진환님의 댓글

  • 임진환
  • 작성일
제 아버지가 모는차입니다.
rsx 타던 제가 한번 몰아보니, +_+ 장난 아니다... 역시 V8
시동은 걸었는데 차는 떨리지도 않고, 한번 악셀을 밟아주면 차가 부웅 하고 앞으로 나갈려고 하는 괴물현상에.. 언덕에선 절데 모자라지 않는 힘, 평면에서 달리는것과 똑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아무튼 rsx 를 팔고 BMW (e90) 를 샀는데, BMW 을 타다 다시 이차를 운전해보니, 시승감이 BMW 는 꽉찬 느낌인데, 이 차는 왼지 모를 비었다고 해야돼나.. 차 자체는 딱딱하고 단단하나, 운전석에 앉고 운전을 시작하면 왼지 모를 BMW 과 정 반대인 비어있다고해야대나..... 머 그런느낌입니다.
제가 track 을 갔을때 이 차가 13.xx 를 달렸는데, M3 (e46) 과 동일하게 뛰더군요...
차 성능은 대박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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