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싼 무기한·K8 6개월 대기'..현대차·기아 실적 위기

차량용 반도체 대란이 현실화됐다.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달부터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휴업을 거듭하면서 거의 모든 차종의 출고가 짧게는 4주, 길게는 6개월 이상까지 미뤄지고 있다. 반도체 대란 전에는 신차 주문 시 2~3주가 소요됐다.

투싼 등 일부 차종은 계약 고객에게 출고 일정조차 전달하지 못한 실정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 80% 이상을 점유하는 현대차·기아마저 반도체 악재로 올해 내수 최저 실적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가 투싼 계약 고객에게 발송한 안내문.

11일 전자신문이 입수한 현대차·기아 5월 차종별 납기 일정 자료에 따르면 이달 신차 신규 주문 시 출고까지 대기 기간이 최소 1개월에서 최대 6개월에 달한다. 현대차 중에선 투싼의 출고 적체가 가장 심각하다. 현재 투싼과 투싼 하이브리드 대기 물량이 3만여대로, 현대차는 출고일을 확정하지 못한 채 고객에게 별도 안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언제 차량을 받을지 정확한 일정을 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차 아반떼.

주력 차종 출고 기간도 크게 늘었다. 현재 1만5000여대가 밀려있는 아반떼는 평소 2~3주 정도면 차량을 받을 수 있었으나, 현재는 10~11주를 기다려야 출고할 수 있다. 실적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제네시스도 제동이 걸렸다. GV70은 생산 대기 차량이 1만2000여대로 지금 계약하면 2.5T 가솔린 기준 3개월, 2.2D와 3.5T 기준 5주가 소요된다.

소형 상용차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달 현대차가 출시한 스타리아 출고 대기 기간은 라운지 기준 3개월, 투어리 기준 6~7주다. 생계형 차종인 1톤 트럭 포터 역시 5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앞서 포터를 만드는 울산4공장은 이달 6일과 7일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차 스타리아.

현대차 영업 관계자는 “이달 예상 생산계획이 나왔지만, 이마저도 유동적이어서 실제 출고가 언제 될지 고객에게 정확히 전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반도체 수급 불안정이 계속된다면 차종별 추가 지연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기아 K5.

기아 역시 차종에 따라 출고 적체 현상을 겪고 있다. 지난해 출시 이후 쏘나타를 추월하며 판매 성장을 이끈 K5는 LPI와 하이브리드 기준 7~8주가 소요된다. 신규 출시한 K8은 신차 효과 반감이 우려된다. 특정 옵션을 넣으면 대기 기간이 6개월 이상이다. 사실상 연내 출고를 장담할 수 없다. 가솔린 2.5는 4개월, 이달 초 추가 출시한 1.6 하이브리드는 4~5개월이 소요된다. 가솔린 3.5에 4WD 옵션을 넣으면 연내 출고가 불투명하다. 기아는 영업현장에 특정 옵션을 빼도록 고객에게 안내하라는 공지도 내렸다. 실제 K8은 가솔린 기준 선루프나 원격 스마트 주차보조(RSPA) 선택 시 대기기간이 2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

기아 K8.

기아 영업 관계자는 “K5와 K8는 선루프를 넣으면 예상 납기일이 7~8주까지 늘어난다”면서 “RSPA 역시 부품 수급에 기약이 없어 고객에게 마이너스 옵션을 형태로 계약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현대차·기아 반도체 부족 여파로 인한 부품 수급 불균형으로 이달 실제 내수 판매량과 출고량이 올해 들어 최저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해외 판매 하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