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요타의 거짓말

"한국 판매 차량엔 문제 절대없다"더니… 美 사태 넉 달여 만에 뒤늦게 리콜
美, 도요타에 185억원 과징금

도요타가 미국에서 가속페달의 오작동 문제로 리콜한 지 넉 달여 만에 한국 시장에서도 뒤늦게 리콜(차량 결함에 따른 무상수리)에 들어갔다.

국토해양부는 6일 도요타가 한국에서 공식 판매한 렉서스 ES350, 도요타 캠리, 캠리 하이브리드 등 3개 차종 1만3000대를 뒤늦게 리콜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판매된 도요타 차량은 미국 리콜문제와 무관하다'는 한국도요타의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났다. 도요타는 미국에서도 처음에는 급가속 문제가 운전자 잘못이라고 하다가 정부와 언론이 집중 추궁하자 이후 가속페달이 매트에 끼는 문제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후에도 의혹이 풀리지 않자 결국 가속페달 자체의 문제라는 것을 인정했다.

자동차 결함 조사를 관장하는 국토해양부는 그동안 한국 판매 차량은 미국 리콜 문제와 관련이 없다는 도요타 주장을 받아들여 리콜 명령에 대한 판단을 유보해 왔다. 그러나 지난 2월 이후 산하 성능연구소에서 정밀조사를 벌인 결과 가속페달의 매트 끼임현상으로 자동차가 폭주(暴走)할 가능성이 한국에서 팔린 도요타 차량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이번 리콜 대상 차량은 2005년 11월 29일부터 올해 1월 21일까지 판매된 렉서스 ES350 1만1232대, 작년 2월 17일부터 올해 1월 25일까지 판매된 도요타 캠리 1549대, 작년 2월 19일부터 올해 1월 17일까지 판매된 캠리 하이브리드 203대 등 총 1만2984대다.

해당 차량을 소유한 경우, 19일부터 내년 10월까지 전국 도요타 정비점을 방문해 수리받으면 된다. 도요타는 운전석 매트를 교환해주고, 가속페달의 아래쪽을 2cm 가량 잘라내 매트와 끼일 가능성을 차단한다. 또 고객이 원할 경우 가속페달 자체를 개선품으로 바꿔줄 계획이다.

도요타는 1월 말부터 가속페달의 아랫부분을 더 짧게 만들어 매트에 끼일 염려가 없는 개선 모델을 한국에 공급했다. 도요타가 겉으로는 한국에 판매한 차량에서는 문제가 절대 없다고 공언하면서 뒤로는 슬쩍 가속페달을 바꾼 모델을 내놓은 것이다.

도요타는 지난 2주간 국토부의 리콜 요청을 거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리콜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도요타 관계자는 "국토부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여러 '정치적' 이유로 리콜을 강행한 것으로 안다"며 "억울하다"고 했다. 나카바야시 한국도요타 사장은 6일 기자회견을 갖고 "차량을 올바르게 사용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이번 조치가 전적으로 도요타의 자발적 조치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한편 미국 교통부는 도요타가 가속페달 결함을 고의로 은폐해 왔다는 이유로 5일(현지 시각) 1637만5000달러(약 18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미 정부가 자동차업체에 물린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