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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가 53조원으로 '내돈내산'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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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셜 미디어(SNS) 트위터에 인수를 제안해 미국 증시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8000만 팔로워를 보유한 머스크는 트위터의 열성 이용자로 유명한데요, 우리나라 기업인처럼 단순히 일상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테슬라 경영과 관련한 민감한 사항을 올리거나 암호화폐 급등락을 이끌 수 있는 글을 올려 몇 차례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테슬라 상장폐지 트윗입니다. 머스크는 2018년 8월 7일 트위터에 “테슬라를 주당 420달러에 비공개 회사로 전환하겠다”라며 상장폐지를 암시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자금이 확보되어 있다”면서 상장폐지 준비가 끝난 듯한 메시지도 보냈는데요, 그의 트윗 하나에 테슬라 주가는 하루에 10% 넘게 폭등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 일로 머스크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테슬라 일부 주주들은 머스크에 집단 소송을 걸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머스크가 테슬라를 상장폐지할 계획이 없었고, 실제 상장폐지를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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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TED 유튜브 캡처


머스크는 사건 이후 줄곧 억울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테슬라 이사회에서 물러나고 4000만달러 벌금을 내는 것으로 SEC와 합의를 봤지만, 최근 SEC 관리들을 공개 석상에서 ‘후레자식(bastard)’이라 부르는 등 적대감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는 트위터에 회사와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게 문제라 아니라고 봅니다. 그가 트위터 인수를 제안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는 이유입니다.


◇공시 늦추면서 트위터 지분 확보


머스크의 트위터 지분 매입 소식은 투자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2022년 3월 14일 트위터 주식 9.2%를 매입했습니다. SEC 규정을 보면 상장기업 지분을 5% 이상 취득한 투자자는 취득으로부터 10일 안에 이 사실을 공개해야 합니다. 머스크는 3월 24일까지 지분 매입을 공시해야 했지만, 취득으로부터 3주가 지난 4월에야 증권거래위원회에 공시를 냈습니다.


트위터의 기존 최대주주는 지분 8.79%를 보유한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이었습니다. 잭 도시 트위터 공동창업자의 지분이 2.3%인데, 머스크는 이보다 4배 이상 많은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4월 4일 머스크의 트위터 최대주주 등극 소식에 트위터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27.13%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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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가 테슬라 상장폐지를 암시하는 2018년 트윗. /트위터 캡처


머스크는 SEC에 제출한 자료에서 ‘의결권 등에 영향을 미칠 의사가 없다’고 명시해 단순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취득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분 매입과 공시 이후 사건의 양상은 복잡하게 흘러갔습니다. 트위터는 4월 7일 머스크가 이사회에 참여할 것이라 밝혔지만, 머스크는 4월 10일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최고경영자는 이사회 불합류에 대해 “머스크는 여전히 최대주주고, 회사는 그의 동참에 열려 있다”고 짧게 언급했을 뿐이죠.


◇“53조 줄테니 회사 팔라” 돌연 제안


단순 투자 목적으로 알려졌던 머스크의 트위터 지분 확보는 알고 보니 회사 인수를 위한 사전작업이었습니다. 머스크는 4월 14일 주당 54.2달러에 총 430억달러(약 53조원)를 주고 트위터 지분 전부를 사들여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른바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선 것입니다. 그는 ‘최선이자 최종(best and final) 제안’이라며 트위터 이사회를 압박했습니다. 그러자 트위터는 긴급 이사회를 열고 경영권 방어수단인 포이즌 필(poison pill)을 만장일치로 의결했습니다.


인수합병은 성격에 따라 2가지로 구분합니다. 상대기업의 동의를 얻어 경영권을 확보하는 우호적 인수합병이 있고, 동의 없이 경영권을 얻어내는 적대적 인수합병이 있습니다. 적대적 인수합병의 방법으로는 공개매수(Tender Offer)와 위임장 대결(Proxy Fight)이 있습니다.


공개매수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분쟁 대상자가 나머지 주주를 대상으로 일정 기간에 일정 규모의 주식을 특정 가격에 장외에서 사들인다고 공시한 뒤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쪽이 보유 자금 측면에서 방어자 측을 제압할 자신이 있을 때 꺼내는 카드입니다. 위임장 대결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가지고 있는 위임장을 보다 많이 확보해 이사진을 갈아치워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법입니다.


독약으로 해석되는 포이즌 필이란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가 있을 때 사측이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신주를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업사냥꾼에 대비해 미리 회사의 정관에 있는 독약 같은 주식발행권을 끼워넣는다는 의미에서 ‘포이즌 필’이라 부르죠.








2021년 말 트위터를 떠난 잭 도시 공동창업자. /Bloomberg Technology 유튜브 캡처

트위터 이사회는 포이즌 필 발동에 대해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시간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공개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해 트위터를 지배하려는 시도를 막을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트위터 이사회의 포이즌 필은 머스크 지분이 15% 이상으로 늘어날 경우 효력이 발생합니다.


이사회가 포이즌 필 발동을 예고하자 머스크는 트위터에 ‘러브 미 텐더(Love Me Tender)’라는 짧은 글을 올렸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 제목이지만, 이 트윗이 공개매수(Tender Offer)를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그가 트위터 주주들에게 자신에게 주식을 팔라고 운을 띄웠다는 이야기입니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트위터를 인수하면 트위터 이사회 급여를 없앨 것”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급여 삭감을 통해서만 연간 약 37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여론전에 열중인 모습입니다. 트위터 애호가 머스크가 트위터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위해 트위터를 활용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죠.


트위터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공정한 SNS로 만들겠다는 머스크의 꿈은 과연 이뤄질까요? 답은 간단히 내릴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트위터 이사회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뱅가드그룹이 트위터 주식을 추가 매수해 지분 10.29%를 확보하고 다시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또 인수합병 전문회사인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도 트위터 인수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과연 머스크는 트위터를 손에 쥘 수 있을까요?


글 시시비비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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