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마니아였던 제주 EV6 차주, '급발진' 주장하는 2가지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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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EV6(2022년형) 차주 위 모씨(61)는 그간 현대차·기아를 애용했다. 기아 EV6 구매 전까지 운행했던 차량도 기아 중형 세단 K5다. 위 씨는 "믿고 타는 자동차 브랜드 였다. 국산차를 애용하겠다는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급발진 주장' 사고 이후 위 씨의 믿음은 상실감으로 변했다. 위 씨는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지 않았음에도 기아 EV6가 급가속했다고 주장한다. <블로터>는 지난 15일 이와 관련 '전봇대에 갑자기 '쾅', 제주 기아 EV6 전기차 차주 "급발진"' 기사를 보도했다.
하지만 개인이 급발진을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럼에도 위 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위 씨 주장의 근거를 정리했다. 위 씨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블로터> 독자들게 남긴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는 지금, '급발진'이라고 생각되는 사고를 줄이기 최적의 시기라는 판단도 이번 제주 사고를 소개한 이유다. 아울러 자동차 이상현상이 발생했을 때 곧잘 무시되곤 한 소비자들의 권리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취지도 이번 기획에 영향을 주었다.
위 씨는 제주특별자치도경찰청 교통조사계로부터 'EDR 분석서'를 확보했다. 분석서에는 EDR 데이터도 첨부됐다. 위 씨는 29페이지에 달하는 분석서 중 '사고 이전 차량 정보' 부문을 지적했다.
사고 이전 차량 정보는 사고 발생 5초 전부터 기록된 차량 정보를 0.5초 단위로 끊어 기록해 둔 분석표다. △자동차 속도 △엔진 회전수 △엔진 스로틀밸브 열림량 △가속페달 변위량 △마스터 실린더 압력 △제동페달 작동 여부 △ABS 작동 여부 △ESC 작동 여부 △조향 핸들 각도 등의 정보가 기록된다.
위 씨가 의문을 갖는 첫 지표는 가속페달 변위량이다. 가속페달 변위량은 가속 정도를 퍼센트(%)로 변환해 나타내는 기록이다. 최대치는 100%지만, 사실상 99%부터 '풀악셀' 상태라고 평가한다. 표를 보면 가속페달 변위량은 사고 1.5초 전 0%에서 1.0초 전 99%까지 올라간다. 0.5초 만에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는 의미다.
위 씨는 "일반 사람도 풀악셀을 밟으려면 0.5초 이상은 걸리지 않겠느냐. 몸이 불편하다 보니 평소에도 페달을 끝까지 밟아본 적도 없고, 0.5초 만에 그런 값(가속페달 변위량 99%)이 나오도록 힘을 주지도 못한다. 서서히 올라갔으면 모르겠는데 0에서 바로 99%가 되는 건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위 씨는 "제주 기아서비스센터에도 이게 가능한 지표냐고 물었는데 상황에 따라 가능하다는 식으로 답했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의 의문점은 마스터 실린더 압력이다. 표를 보면 가속페달 변위량은 사고 0.5초 전까지 99%로 나타난다. 사고 1.0초 전부터 사고 0.5초 전까지 '풀악셀' 상태가 유지됐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고 0.5초 전 마스터 실린더 압력 3.2가 나타난다. 마스터 실린더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힘을 유압으로 전환하는 장치다. 마스터 실린더 압력은 브레이크 페달에 가해진 힘을 의미한다.
EDR 표에 따르면 위 씨는 풀악셀 상태에서 브레이크 페달에도 발을 올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위 씨는 군대에서의 사고로 왼발을 쓰지 못한다. 이를 고려하면, 위 씨는 오른발로 풀악셀을 밟고 있는 상태에서 오른발 뒤꿈치를 비틀어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는 뜻이다.
다만 위 씨는 이같은 해석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입장이다. 위 씨는 "나는 오른발만 쓴다.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 사이 거리가 있는데, 동시에 밟는 건 지금 똑같이 해보라고 해도 못한다"고 설명했다.
위 씨는 이해할 수 없는 데이터라며 기아 제주서비스센터에 관련 내용을 물었다. 위 씨에 따르면 센터 담당자는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브레이크 페달도 밟으신 것 같다. 당황하면 같이 밟게 된다"고 위 씨에게 전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동시에 밟았다고 말하는 건 자동차 제조사들이 급발진 주장을 대처할 때 내놓는 흔한 패턴 중 하나"라면서 "가속페달 변위량이 0.5초 만에 99%로 나타나는 것도 힘든데, 이 상태에서 마스터 실린더 값이 3.2로 표시된다. 이는 EDR 데이터 신뢰성을 의심하게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위 씨가 급발진을 주장하는 두 번째 근거는 반파 상태인 차량이다. 위 씨는 EDR 데이터 자체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경찰청 교통조사계는 EDR 분석서에서 "EDR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봇대) 충돌 시의 속도는 15km/h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차량의 속도는 1.5초 전부터 1(1.5초 전)→3(1.0초 전)→9(0.5초 전)→15km/h(사고)로 기록됐다"고 명시했다.
위 씨는 "어떤 자동차가 5m도 안되는 거리에서 15km/h로 전봇대를 박았다고 박살나느냐"면서 "상식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체감으로도 15km/h는 아니었고, 차량이 종이로 만든 게 아닌 이상 이런 식으로 반파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사진을 보면 빨간색 화살표 위치가 EV6 차량이 있던 지점이다. 파란색 화살표 위치가 사고 지점이다. 전봇대와 전봇대 사이 거리는 10m 정도다. 기아 제주서비스센터에 따르면 경사도는 약 2도다.
위 씨는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 실험이라도 해보고 싶은 심정이다. 빌트인 캠에 녹화된 영상을 봐도 절대 15km/h로 볼 수 없다. 주변 상인들도 깜짝 놀랄만큼 충돌 소리가 컸는데, 어떻게 15km/h가 기록됐는지 EDR 데이터를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교통 전문가는 "차량과 차량이 충돌하는 것보다 고정된 사물과 차량이 충돌할 때 차량 훼손 정도가 더 커질 수 있다. 반발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15km/h라고 확언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김필수 교수는 "가속도를 고려해야겠지만, 차량 상태가 이 정도라면 30~40km/h 정도의 속력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 씨는 "(급발진을 증명하는 건) 개인에게 힘든 일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경찰이라도 나서서 조사를 해준다면 좋겠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식으로 전달 받았다"면서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에게 위험성을 알리고 싶다. 필요하다면 재판까지 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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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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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6.16대박! EV3 세일즈 가이드북이랍니다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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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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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님의 댓글
Valkyrie04님의 댓글
저분 61세.... 게다가 몸도 불편함...
급발진 요즘 기술로 있을수가 없음 특히 전기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