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린(Saleen) S7 레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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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택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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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택진입니다. 실수로 글을 삭제해버리는 통에
다시 올립니다. (T_T) 이번 번역글도 역시 Autozine의 기사로,
차종은 설린 S7입니다. 글쓴이의 레퍼런스 수퍼카는 아무래도
파가니 존다인 것 같군요. 매번 쓰는 글마다 파가니와 비교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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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미국인은 수퍼카를 만들 줄 모른다. 그들이 수퍼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개 코벳트나 머스탱을 개조한 것이거나 벡터같은 never-takeoff 드림머신이다. 왜 그럴까? 유럽에 비하면 미국은 수퍼카를 육성하기에 적합하지 못하다. 미국에는 포르쉐나 페라리 같은 스포츠카 전문 메이커가 없으며, 기술자를 육성하기 위한 F1이나 월드랠리 등의 하이테크 모터 레이싱 경기도 많지 않다. 이탈리아나 영국에서는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하이테크 부품업체도 모자란다. 포드 GT40같은 수퍼카가 실은 영국에서 만들어진 것도 그런 이유이다.

미국에서 수퍼카를 만들어 판다는 것은 정말로 불가능한 걸까? 스티브 설린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설린은 포드 머스탱의 개조로 명성높은 미국의 카튜너이다. 3년전 설린은 아메리칸 GT 시리즈에 출전하고자 clean-sheet 미드쉽 수퍼카를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설린 S7R이다. S7R은 2001년에 세브링 12시간 내구 레이스를 포함, 19개 경주에서 우승했다. 일부 경주에서는 대회 규정에 따라 도로용 자동차를 만들 필요가 있었는데, 생산이 연기되고 연기된 끝에 최근 첫 도로용 S7이 고객에게 인도되었다. 몇몇 자동차 전문지들은 양산판 테스트에 초대되었는데 모두들 그 강력한 성능에 감명받았다고 한다.

현존하는 유럽산 수퍼카 - 파가니 존다, 페라리 엔초, 포르쉐 카레라GT, 맥라렌 메르세데스 SLR, 부가티 베이론 등 - 과 비교해보면 이 아메리칸 수퍼카는 도로용 차라기보다는 GT 레이싱 차에 가깝게 만들어졌다. 차폭은 무척이나 넓고, 차고과 전고는 낮으며, 전장은 길다. 160mph에서 1.3톤에 달하는 다운포스를 만들어내는 디퓨저와 스커트를 가득 달고 있다. 전통적인 미드쉽-후륜구동의 구성을 하고 전륜(全輪)에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갖췄으며 전기적 제어장치가 배제된 (적응형 댐핑, 트랙션 컨트롤, 안정성 컨트롤 등은 물론 없으며 심지어 ABS도 없음) 조절식 댐퍼를 달았다. 또한 레이싱카와 마찬가지로 서스펜션의 동작거리가 매우 짧아 노면의 굴곡 흡수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 결과 승차감이 엄청나게 딱딱해서 눈알이 튀어나올 듯 진동이 전달된다.

그러나 레이싱 기술이 반드시 최첨단의 것일 필요는 없다. 일례로 유명한 다우어 962LM이 현대적인 맥라렌F1보다 더 첨단이라고는 말 못할 것이다. (역주: 다우어 962는 포르쉐962 르망머신을 베이스로 다우어가 튜닝한 르망 레이싱차. 1994년 르망에서 우승했다. 하지만 베이스인 962는 그 시점에서 이미 나온지 10년가량 된 차였다.) 그런 증거를 설린 S7에서는 그 셰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른 수퍼카들이 탄소섬유제로 된 모노코크 셰시나 tub를 채용한 반면, S7의 구조는 다우어 962LM이나 (안좋게 말하자면) 1957년에 제작된 로터스 세븐처럼 여전히 튜블러 스틸 스페이스 프레임 (tubular steel spaceframe. 역주: 강철제 파이프를 정글짐처럼 서로 용접해서 만든 차체 뼈대.) 구조를 하고 있다.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중량이나 견고성이라는 면에서 라이벌들의 근처에도 못간다. 설린이 서스펜션을 그토록 딱딱하게 튜닝한 이유가 이제 이해가 갈 것이다.

그 대신 몸체는 탄소섬유로 되어있고, 특히 견고함이 필요한 부분에는 탄소섬유로 보강된 알루미늄 하니컴 샌드위치를 썼다. (역주: 하니컴 샌드위치란 윗판과 아랫판 사이를 벌집 구조로 채워 강성을 강화시킨 것을 말함.) 그러나 설린은 이런 복잡한 부품을 미국내에서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영국에 외주를 줘야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엔진이다. 분명 설린은 강력한 엔진을 바닥부터 자체 설계/제조할 능력은 안되기 때문에 엔진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했다. 그러나 파가니에 얹혀진 AMG 7.3리터 V12엔진처럼 좋은 엔진을 미국에서 찾기란 불가능했다. 따라서 설린은 NASCAR용 포드 V8엔진을 전면개수하기로 했다. 그 7.0리터 유닛은 푸시로드 타입에 실린더당 2밸브라는, 유럽 엔지니어들이 본다면 비웃을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다. 스티브 설린의 변은 이렇다. '푸시로드 V8이 아니고서야 아메리칸 수퍼카라 할 수 있겠냐?' 글쎄, 아마도 같은 이유로 왜 미국이 우수한 수퍼카를 못 만드는지에 대한 답변을 그에게서 들을 수는 없으리라.

(역주: 푸시로드 타입이란 크랭크축에 연동되는 캠축이 실린더보다 아랫쪽에 위치하고, 캠이 푸시로드를 밀어올리면 이에 의해 밸브가 개폐되는 방식을 말한다. 푸시로드에 밸브가 직결되는 것을 SV(side valve)타입이라 하는데, 연료 효율이 매우 낮아 푸시로드에 로커암(locker arm)이 연결되어 로커암이 밸브를 개폐하는 OHV(over-head valve) 방식으로 개량되었다. 반면OHC(over-head cam) 방식은 캠축이 실린더 위의 헤드에 자리잡고 크랭크축의 회전을 체인이나 벨트를 통해 캠축까지 전달한다. 그리고 캠이 로커암을 직접 밀어낸다. OHC는 푸시로드가 없기 때문에 OHV에 비해 고속회전에서도 밸브타이밍을 정확히 하여 고출력을 뽑아내기에 적합하다. 오늘날 자동차는 대부분 OHC 방식을 쓰지만, 시보레 코벳트, 닷지 바이퍼 등 소위 '아메리칸 머슬카'들은 저회전에서 토크가 더 높다는 이유로 OHV 방식을 고수하기도 한다. )

하지만 설린은 중량을 줄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알루미늄 엔진 블록과 헤드를 만들고 5900rpm에서 550마력, 4000rpm에서 525lb.ft (역주: 72.58kg.m)라는 강력한 힘을 견디기 위해 주철제 크랭크축을 썼다. 설린의 엔진은 매우 토크가 크다. 비록 파가니의 V12만큼은 아니지만.

S7은 요즘의 수퍼카들과 확실히 대조를 이룬다. 중량은 단지 1300kg으로 파가니 존다보다는 50kg 무겁지만 엔초보다는 65kg 가볍다. 덕분에 중량대 마력비가 우수하다. 카앤드라이버誌는 0-60mph (역주: 0-96kph)가속에 불과 3.3초가 걸린다고 밝혔으며 이는 10년전 맥라렌F1이 세운 3.2초 기록에 거의 근접한 것이며 페라리 엔초 레벨의 기록이다. 그러나 설린의 기어는 변속없이 1단에서 60mph에 도달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아마도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0-60mph 가속 기록을 의식하여 이렇게 세팅했을 것이다. 진짜 성능을 알아보려면 0-100mph 가속을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설린은 7.6초가 걸리는데, 이는 엔초보다는 1.0초나 뒤지며 파가니에 비해서도 0.2초 뒤진다.

최고 속력을 보면 설린은 223mph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넓은 전면(前面) 투영 면적과 공기저항계수도 공개되지 않은, 불과(?) 550마력짜리 수퍼카가 그런 속력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메이커측의 말로는 스코트랜드의 글래스고우 대학의 풍동(이 또한 비미국적인 요소다)에서 동체를 다듬은 결과 유체역학척으로 가장 우수한 도로용 자동차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설린의 다운포스 중심의 동체 형상이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으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알다시피 포르쉐 카레라GT나 메르세데스 SLR등은 모두 600마력을 넘는 출력을 내고도 설린보다 최고 속력은 낮다.

S7의 실내공간은 고급스럽지 못하다. 가격표는 파가니 존다에 맞먹는데도 불구하고 실내는 싸구려 재질과 포드제 스위치 장치들로 가득하다. 긍정적으로 봐줄만한 부분은 편의 사양이 비교적 충실하다는 정도다. (에어콘, 파워윈도, 중앙집중식잠금장치, 후방감시 카메라와 액정 스크린 등) 드라이빙 포지션은 경주차와 흡사하다. 운전석은 비좁고 다리 공간도 빡빡하며 페달은 너무 중앙쪽으로 쏠려있으며. 탄소 섬유제 좌석은 조절이 안된다. 다행스럽게도 드라이빙 포지션이 기본적으로 좋다. 설린은 고객별로 페달 위치를 조절해준다.

운전석 뿐 아니라 조작감 또한 경주차다. 클러치는 무겁고 맞물리기 어렵다. 시동을 꺼뜨리지 않고 차를 출발시키는데는 꽤 숙련이 필요하다. 6단 수동 기어박스의 기어 변속도한 딱딱하다. (포르쉐나 페라리라면 그런 변속에 수긍하지 못할 것이다.) 스티어링은 끝에서 끝(lock-to-lock) 단 2회전을 하며, 아주 예리하고 정확하다.

길에서 설린은 경주차처럼 달린다. 평평한 길에서는 다운포스와 안정성 그리고 적은 롤링이 만족스럽다. 그러나 너무 거칠기 때문에 잘 닦인 경주용 트랙에서나 그 진가를 발휘한다. 일반 도로의 자잘한 요철은 설린 S7과 그 탑승자의 적이다. 진동, 흔들림, 소음, 스티어링의 반발은 설린이 얼마나 거칠고 매끄럽게 다듬어지지 못했으며 비타협적인지를 잘 드러내어준다.

푸시로드식 V8 엔진은 어떤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자연흡기식 V8 엔진일런지는 모르지만 경쟁자들이 달고 있는 V10과 V12과 겨룰 정도는 못된다. 그들은 더 회전수가 높고 응답성이 좋으며 소음도 더 낫고 출력도 더 많이 끌어내고 있다.

당신이 40만 달러를 들여 차를 살 거라면 이보다는 나은 차를 고르는 쪽이 낫다. 파가니 존다가 그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c) Copyright by Mike Wan
Translated by T.J.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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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S7의 기어비는 1~6단 : 최종감속비가 순서대로
2.46 - 2.06 - 1.47 - 1.18 - 0.958 - 0.74 : 3.22 입니다.
다른 수퍼카들의 기어비는 다음과 같습니다.

쾨닉제그 CC
2.88 - 1.77 - 1.27 - 1.00 - 0.83 - 0.71 : 3.36

포르쉐 카레라 GT
3.20 - 1.87 - 1.36 - 1.07 - 0.90 - 0.75 : 2.19

람보르기니 무르치엘라고
2.94 - 2.06 - 1.52 - 1.18 - 1.03 - 0.91 : N/A

페라리 엔초
3.15 - 2.18 - 1.57 - 1.19 - 0.94 - 0.76 : 3.15

맥라렌 F1
3.23 - 2.19 - 1.71 - 1.39 - 1.16 - 0.93 :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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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최택진님의 댓글

  • 최택진
  • 작성일
글쓴이가 많이 깎아내린 감은 있습니다만, S7은 레이스카로서는 훌륭한 자동차라고 생각합니다. 도로용 스포츠카로서는 좀 아니겠지만요.

박성준님의 댓글

  • 박성준
  • 작성일
대배기량, 큰 토크로 큰 기어를 돌리는 자동차인 줄 알았는데...<BR>예상외로 1단과 최종감속기어의 결합비가 맥라렌과 비교해도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 듯 보이네요.<BR>오히려 카레라GT가 더 큰 기어를 돌리는 것으로 보이는데.....<BR><BR>지식이 짧아서 그런지 이해가 되질 않네요. 메이커 발표치가 맞다면 어떻게 1단에서 저런 가속과 최고속도가 나올 수 있나요?

오대식님의 댓글

  • 오대식
  • 작성일
개인적으로 앞모습이 상당히 맥라렌f1스럽네요.<BR>

박성준님의 댓글

  • 박성준
  • 작성일
그리고 조향기어비는 어떻게 구성되는지도 궁금하네요.<BR>저런 종류의 차량이라면 제 생각으론 조향각이 상당히 좁을 듯하고, 핸들이 좌우로 한바퀴씩만 돈다고 해도 일반 승용차가 한바퀴반에서 두바퀴도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을 듯 하네요.<BR><BR>궁금한 것은 많은데, 아는 것은 별로 없네요.

최주영님의 댓글

  • 최주영
  • 작성일
슈퍼카에 대한 레포트 보면 맥라렌이 이야기에 항상 등장하는군요..

최연석님의 댓글

  • 최연석
  • 작성일
여담이지만 autozine 글쓴이 이제 면허는 땄나요?

최택진님의 댓글

  • 최택진
  • 작성일
......무면허였대요? (설마)

최연석님의 댓글

  • 최연석
  • 작성일
결넷(kyul.net)을 지인이 운영하는지라 autozine 필자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오토진 운영자 무면허입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요. 차도 없구요.<BR><BR>그렇다고 오토진 필자가 쓴 글이 신빙성 없는 글은 전혀 아닙니다. 여기저기서 짜집기한 글과는 차원이 다르죠. 무면허에 차 한번 몰아본 적 없는 사람이 그런 글을 적는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따름입니다.

박성민님의 댓글

  • 박성민
  • 작성일
두번째사진 멕라렌인줄알았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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