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회장까지 탐냈던 국산 미드십 스포츠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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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긴 역사를 가진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만큼은 아니어도 국내 자동차 역사에 남다른 자취를 남긴 차들이 존재합니다. 


오늘 소개할 모델이 바로 그런 주인공이죠. 이름은 솔로(SOLO)에요. 아주 생소한 이름이지만 지금으로부터 32년 전 저 멀리 영국에서 한국인이 만든 모델입니다.


진도모피를 이끌었던 김영철 부회장이 1980년 영국의 팬더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면서 꿈꿨던 모델이기도 하고요.


팬더는 영국의 백야드 빌더(소량 생산 메이커) 중 하나로 여기서 만든 리마(Lima)를 손보아 만든 것이 칼리스타죠. 쌍용 칼리스타 맞습니다. 


칼리스타는 작고 가벼우면서 예쁜 디자인으로 사랑을 받았지만, 시장을 넓히거나 브랜드 파워를 올리기에 한계도 분명했습니다. 


한 단계 위로 올라서기 위해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고 느낀 김영철 부회장은 솔로 개발을 시작했고 1984년 솔로 I을 완성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연히 타본 토요타 MR2의 상품성(대량생산으로 가성비가 뛰어남)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걸 알고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됩니다. 가격 대비 성능에서 도저히 이길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그의 열정을 막진 못했죠. 오히려 더 활활 타오르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곧 솔로 I보다 크고 뛰어난 성능을 지닌 솔로 II를 개발하게 됩니다.

 

솔로 II의 데뷔는 1987년 제네바 쇼에서 이뤄졌습니다. 당시 포드의 유럽 회장이었던 밥 러츠가 솔로 II에 반해 ‘포드 솔로’로 생산하자고 제안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지요. 그때 김영철 회장이 포드의 제안을 받았다면 글로벌 모델로 성장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대목입니다.


포드 시에라 코스워스 랠리카에 사용했던 2.0 터보 204마력 엔진을 미드십으로 얹고 보그워너 5단 수동 기어 와 AWD를 접목했지요. 비슷한 시기에 나온 골프 GTI의 출력이 100마력 언저리였던 걸 비교하면 그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옵니다. 


0-97km/h 가속시간이 5.7초에 불과했고 최고 시속은 240km/h까지 냈습니다. 값은 2만 8,000파운드로 비슷한 성능을 지녔던 페라리 328의 절반이었습니다. 따라서 영국 내에서도 관심이 대단했습니다. 


디자인도 특별했지요. 캡 포워드 디자인으로 쌍용 무쏘 디자이너로 유명한 영국 켄그린리 교수가 맡았습니다. 팝업 대신 회전하며 모습을 드러내던 헤드라이트가 독특한 형태였습니다.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는데 작동 모습이 아주 근사합니다. 물론 틈새로 낙엽이 들어가면 작동하지 않는 단점이 있었지만요. 지금 보아도 어색하지 않고 데뷔 당시 영국 매체들이 재규어 E 타입 이래 가장 멋진 디자인이라고 말할 정도였지요.


실내의 분위기는 레이스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푸른색의 커다란 타코미터를 가운데 둔 계기판이 인상적이고 시트는 레카로 제품을 사용했지요.


물론, 소량 생산 메이커 특성상 일부 부품은 기존 차의 것을 활용했습니다. 예컨대, 앞쪽의 스몰 램프는 알파로메오의 것이고 테일램프는 포드 시에라의 것을 활용했지요. 


섀시는 경주용 차를 만들던 마치 그룹의 자회사 콤텍에서 맡았습니다. 스틸 스페이스 프레임에 센터 섹션은 알루미늄 허니컴에 케블러와 카본 파이버를 덧대어 만들었습니다. 4륜 구동을 얹었음에도 무게는 1,235kg에 불과할 정도로 가벼웠습니다.


솔로 II는 1987년부터 89년까지 총 18대가 만들어졌습니다. 솔로 II의 개발이 끝나갈 즘 쌍용차가 팬더를 인수하게 되었고 쌍용은 자체적으로 솔로의 생산을 포기합니다. 어려운 회사 여건과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었지요. 김영철 부회장에 따르면 기 생산된 모델 중 14대는 영국 등 유럽에 남았고 국내엔 테스트와 박물관용을 합해 총 4대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이렇듯 솔로는 시대의 어려움과 상품성이 떨어져 큰 인기를 끌진 못했지만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완성해 시장에 나온 개성파였죠. 규모에 비해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한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 의미가 남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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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개 / 1페이지

오토스님의 댓글

사실, 김영철 대표가 팬더를 구입한 건 너무 예쁜 리마 때문이었다고 하네요
리마를 본 순간 첫눈에 반해, 부채까지 떠 않으면서 팬더를 샀다고 합니다
제가봐도 리마 정말 멋집니다 ^^
그리고 기반으로 나온 칼리스타도 멋지고요.
솔로보다 칼리스타를 좀 더 다듬어 영국에서 팬더를 모건처럼 키웠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들어요
물론 역사에 만약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지만요

오토스님의 댓글

그리고 헤드라이트는 요렇게 돌아갑니다 ^^
오펠 GT도 같은 방식인데
멋지긴하지만 본문에 나와 있듯이 틈새로 이물질이 들어가 고장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네요

정기나라님의 댓글

85년인가에 KBS3 (현 EBS)에서 다큐멘터리로 이것 제작 과정을 방송했었습니다.
튼튼하게 만들기위해 벌집 모양의 구조와 공기역학을 위해 하부를 통으로 다 가리고...
그때 보고 정말 멋진 차라 생각했었는데..

킬러1984님의 댓글의 댓글

[@정기나라]  성공여부를 떠나 저런분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요즘은 장사꾼들만 득실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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