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ATI EB110 관련 글 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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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택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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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Zine의 글을 번역해봤습니다.

 

Bugatti EB110 (1992)

 

1947년 에토레 부가티가 사망한뒤, 부가티는 급속히 쇠락하여 결국 문을 닫게 되었다. 그러나 클래식카 애호가들에게 그 이름은 여전히 가치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많은 세월이 흘러 1987년, 이탈리아의 거물 로마노 아르티올리가 부가티를 사들이고, 페라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데토마소 등이 있는 '스포츠카의 메카', 모데나에 현대적인 공장을 지었다. 그 공장이 처음 뽑아낸 차가 바로 EB110이라 불리는 현대적인 미드쉽 수퍼카이다. (이 이름은 에토레 부가티의 탄생 110주년을 기리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부가티 EB110은 70년대와 80년대 초반에 람보르기니 쿤타치 등의 익조틱(exotic) 수퍼카를 만들었던 파올로 스탠자니에 의해 설계되었다. 여러가지 면에서 EB110은 쿤타치와 닮아있다. 이를테면 양쪽 모두 오버-스퀘어(역주: 엔진 실린더의 스트로크와 보어의 비율이 1:1이 아닌 것. 숏스트로크 타입 또는 롱스트로크 타입. 여기서는 숏스트로크 타입을 말함.) V형 12기통 엔진을 실었고, 차체 중간에 위치한 엔진 앞쪽에 기어박스가 위치해 있다. 프론트 엔드는 짧고 팝-업 도어를 갖췄다. 쐐기형 외관 또한 쿤타치와 닮아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모두 마르첼로 간디니가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스탠자니는 재능있는 엔지니어라고는 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그의 아이디어는 무척이나 상식을 넘는 것들이었다. 감히 누가 81mm 보어에 56.6mm 스트로크 밖에 안되는 오버-스퀘어 실린더를 만들 생각을 할 것이며, 3500cc밖에 안되는 12기통 엔진을 만들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누가 감히 엔진 1대에 과급기(터보)를 4개나 붙일 생각을 할 것이며, 누가 실린더당 밸브를 5개나 붙일 생각을 할 것이며, 안 그래도 이렇게 복잡한 수퍼카를 4륜구동 6단 변속기로 만들 생각을 하겠는가? (역주: 지금으로서도 그렇지만 당시로서는 대단히 과격한 아이디어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그의 아이디어들 중 일부는 완벽하게 완성되었다. 전체적으로 작은 차체에 담긴 4륜 구동 시스템은 매우 민첩했다. 젖은 노면에서나 타이트한 코너에서도 EB110은 스로틀을 자신있게 전개할 수 있었다. 그립과 밸런스도 일급이었고 핸들링은 뉴트럴에 가까웠으며 오버스티어가 발생하더라도 재빠르게 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었다.

 

반면 그의 아이디어들 중 일부는 그렇지 못했다.

 

첫째로, 고객의 이목을 끌기 위해 과장시킨 이런 사양들은 차체의 상당 부분을 탄소섬유(카본파이버)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차중에 부담을 안겨주었다. 표준형 EB110GT는 1618kg이나 되어 가속이 둔했다. 0-60mph에는 4.5초가 걸렸는데, 561마력의 수퍼카로서는 실망스런 수치다. (수퍼 스포츠 버젼에서는 샤시 기본틀을 탄소 섬유 모노코크로 바꾸고 가변형 리어윙을 고정식으로 바꾸고 호사스런 편의 사양들을 대거 삭제하여 150kg 감량했다. 그러나 1418kg은 McLaren F1에 비한다면 여전히 300kg이나 무겁다.)

 

둘째로, 저배기량에 다닥다닥 붙인 과급기는 4000rpm 이상에서는 거칠고 맹렬했지만, 그 이하에서는 터보랙(turbo-lag)이 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B110은 아주 잘 빚어낸 물건이다. 품질이 뛰어났고 실내 공간이 여유로우며 호사스런 장비 (물론 GT버젼 이야기)가 충실했다. 운동성도 뛰어난 핸들링을 보였으며 그 재빠름이란 경쟁자들 중에서도 단연 발군이었다. 급가속면에 있어서는 다소 처지지만 최고속은 나르도 테스트 트랙에서 212mph (341kph)를 기록하여, McLaren F1의 등장 이전까지 재규어 XJ220과 더불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로 불리웠다.

 

부가티 EB110은 수퍼카 붐이 일었던 90년대 초에 태어났다.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페라리 512TR, F40과 같은 전통의 플레이어들과 재규어 XJ220, 치체타 V16T, 맥라렌F1, 야마하 OX99-11 같은 뉴 플레이어들이 당시에 등장했다. 당시 상황은 골드러시 그 자체였다. 경쟁자는 우글댔고 값비싼 수퍼카를 살만한 백만장자의 수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안좋았던 것은 유럽과 일본의 경기 침체가 시장을 더욱 위축시켰던 것이다. 그 결과 이 차들은 돈을 벌어들이지 못했다.

 

재규어 XJ220은 생산이 중단된지 2년이 지난 뒤에도 재고가 남아 돌았으며 치체타 V16T는 20대만 팔렸다. 야마하 OX99-11은 단 한 명의 고객도 찾지 못한 채 고사했고 맥라렌F1은 3년간 100대 정도를 만들었지만 차를 팔 때마다 오히려 적자만 늘어갔다. 반면 디아블로와 512TR은 상대적으로 싼 값 덕택에 그럭저럭 연명할 수 있었다.

 

EB110의 가격은 디아블로/512TR과 XJ220의 중간 정도였다. 그 이름값과 높은 성능/품질을 생각한다면 바겐세일이나 다름없었지만 결국 로마노 아르티올리는 파산하고 공장은 1994년에 문을 닫고 만다. EB110은 모두 154대가 만들어졌고, 마이클 슈마허도 그 소유자 중 한 명이다.

 

=-=-=-=-=-=-=-=-=

 

그리고보니 일본의 한 EB110 오너가 고속도로에서 차를 반파 시키고 난 뒤에 새로 산 차가 XJ220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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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문혁님의 댓글

  • 문혁
  • 작성일
정말 fantastic 함에는 동의 하지만 핸들링은 썩 맘에 들지 않던데..
오히려 오버스티어가 있어도 porsche carrera4 가 더 맘에 들더군요.
하지만 진정한 Italian Driving Machine 으로써의 성능은 인정..중간 가속 환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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