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타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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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태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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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많은 자동차들이 있습니다.잘 달리는 차, 튼튼한 차, 늙은 차와 젊은 차... 듣자니 전 세계 약 6억 대 정도의 자동차가 있다고 하네요. 그런 자동차들 중에 라비타(Lavita; La Vita, 삶/생동감=Vitality)라는 모델이 있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아반테를 늘이고 줄여 만들어 낸, 일종의 변형모델로서 그 과정과 결과는 투싼이나 뉴스포티지의 경우와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주문실적 저조를 이유로 2001년 이후 생산되었던 라비타의 국내시장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해외, 특히 유럽쪽 수출물량은 여전히 생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차가 되어 버렸지요.

"라비타? 갑자기 왜?"

이 라비타는 "잘 설계하고 잘 만든 차가 잘 팔리는 차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마켓의 아이러니 혹은 냉정한 법칙'를 단적으로 보여준 모델이 아닐까 싶습니다. 본론을 이야기하기 전에 잠시 어떤 모델이었는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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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등록된 이 라비타의 구입가격은, 썬루프를 제외한 Full Option을 기준으로 1,380만원이었답니다. TCS, ABS, EBD, 풀-오토 에어컨, 듀얼 에어백, 핸들리모컨, 핸즈프리 등등 옵션을 달고 있습니다. 이런 정도의 사양을 비교 모델인 아반테에 적용하면 1,600만원 정도는 지불해야 한다고 하지요?!

옵션 투자비용만 가지고는 확실히 아반테에 비해 효익이 높습니다. 그런데 왜 판매가격이 저렴했던 것일까? 제대로 된 TV 커머셜을 볼 수 없었던 만큼 광고비 등의 거품이 빠져야 했으니, 얼핏 현대자동차가 매우 정직했던 것처럼 보입니다. 또는 이런 정도의 가격이라야 그나마 '4대/주' 라는 주문량이라도 확보할 수 있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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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타의 디자인에 있어서는 확실히 국내 비교 모델들에 비해 독특한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피닌파리나(Pininfarina)의 손길이 닿았던 탓인지, 뒷 쪽 45도 각도, 앞쪽 20도 각도에서 볼 수 있는 라인들이 이 라비타를 깔끔한 '요조숙녀(확실히, 30대 아이 한 두 명을 둔 여성이 몰기에 딱 좋은 차) '처럼 만들어 주고 있지요. 아반테도 소나타-트라제 XG처럼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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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중앙부에 계기판을 배치한 국내모델이 몇 종 있습니다. 처음엔 어색한 듯 보이지만 하루 이틀 쓰다보니 그럴 것도 없지요. 시선 변화를 위 아래로 할 것이냐 아니면 좌우로 할 것이냐의 차이 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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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1.5/1.8에 이어 최종버전은 1.6리터)과 동력장치, 서스펜션 등은 아반테의 것들이 많이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매우 특별함'을 기대하기에는 좀 무리가 따르겠지요? 내구성에 대한 기대감, 조립 품질, 인테리어 곳곳의 마감도 등은 아반테의 것과 비슷한 수준. 솔찍히, 다소 황당한 부분도 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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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인식과 평가의 기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잘 설계하고 잘 만든 자동차'라 함은, 잘 팔리는 아반테 베이스 모델이라는 점과 칭찬받는 유럽형 수출모델이라는 요소를 가미한 결과 값이고 '잘 팔리지 않는 자동차'라고 이야기 한 것은 2001년 소개된 모델이, 2006년 기준 고작 387대만 판매되었다는, 어찌보면 극도로 미미헀던 국내시장 판매실적을 생각한 것이지요. 참고로 해외 판매는 몇 만 대 단위였습니다. 지금도...?

이쯤에서 함께 생각해 볼 것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분명한 가격 메리트가 있고 실용성이 매우 높으며 나름대로 독특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 모델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받지 못하는 자동차가 되었으며 끝내는 판매가 중단되었을까에 대한 의문.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1) 자동차 모양새에 대한 우리네 사람들의, 독특하고 도식적인 선호도가 있습니다. 덩치 큰 SUV와 RV 또는 세단을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도어 패널 틈새 있다고 해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외국 사람들과의 시각 차가 확연한 만큼입니다. (2) 세단과 RV의 퓨전적인 형태라니...

그 정체성이 모호한 면도 있지요. 설계자가 의도한 정체성이 아니라 소비자가 생각하는 정체성. (3) 이런 정도의 크기와 모양새라면, 그 옆에 롱런을 하고 있는 기아자동차 카렌스가 있구요. (4) 여기에, 유럽시장에 촛점을 두고 개발된 모델이 잘 수출되고 있으니 현대자동차가 굳이 국내시장 판매부진에 큰 고민을 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네요.

자, 그렇다면 결국은 사는 사람과 만들고 파는 기업이 '라비타'의 유용성과 가치성에 대해서 그리 큰 기대와 욕구를 갖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다른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대우자동차의 '누비라 D-5'라는 모델이 있습니다. 90년대의 해치-백 스타일 모델. 그런데, 지독히도 안팔렸지요. 대우자동차, 누비라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 분들 때문일까요? 아니지요. 그 당시에는 그냥 그러했습니다. 프라이드 해치백, 세라토 해치백 등등을 포함해서 이후에도 여러 모델들이 선을 보였으며 대략 10년쯤 지난 이 시점에서... 분위기가 조성된 후 해치백 모델인 현대자동차 'I30'이 세단형인 아반테를 능가할 형세가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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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대받던 RV, SUV, 디젤엔진이 당당하게 존재감을 들어내는 것은 시대적 트랜드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I30이, 단지 성능이나 스타일이 독특해서 선호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즉, 사람들의 인식이라는 것, 자동차를 평가하는 개인적인 기준들은 늘 변해가는 것이고 그런 논리로 '라비타'는 그 탄생의 시점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라비타의 엉뚱한 희생 뒤, 아반테 베이스 I30이 적절한 타이밍에 나와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지요.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를 잘 살펴보면, 아주 잠깐 나와 가물가물한 모델도 있고 대우자동차 '에스페로(Espero)'처럼 10년이 넘었음에도 그 디자인에 있어서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모델도 있습니다. 소나타와 같이 예나 제나 잘 팔렸고 잘 팔리고 있는 모델 몇 종을 제외하고는 다들 그렇고 그런 신세였을 것이니... 왜 다들 소나타 만큼이 못되었을까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동차 설계자만의 책임은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문화, 시각, (소비가가 아닌) 메이커가 유도하는 트랜드가 키워드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절대 기준이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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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7

김이철님의 댓글

  • 김이철
  • 작성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라비타가 한국 소비자에게 냉랭한 대우를 받았던 이유에 대해 저는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첫째, 세단이 아니었다.
둘째, 입소문이 좋지 않았다.
세째, 가솔린 모델만 있었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경제적이지 못한 모델로서 세단이 아니라는 것은 기피대상 1호인 셈이나 마찬가지지요.
연비나쁘고 출력낮은 가솔린 모델만 출시된 국내 라비타는 당연히 좋은 평가받기 힘들었고, 도태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제작사인 현대가, 마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자신들의 소형RV나 SUV의 판매에 영향을 끼칠까봐 디젤모델을 출시하지 않은 탓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디젤 라비타가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보게 됩니다.

변준호님의 댓글

  • 변준호
  • 작성일
김이철님, 나중에 디젤이 나왔었죠^^;

저도 맨처음에 라비타를 타봤을때 아버지, 저, 동생, 딜러 4명이서 탔는데 참 넓은공간이 인상적이였다는....

이종엽님의 댓글

  • 이종엽
  • 작성일
국내판매용 디젤이 있었던가요??

김성일님의 댓글

  • 김성일
  • 작성일
라비타가 단종된 이유는 우리나라가 세단비중이 큰데다 우리나라가 소형차에 대한 편견이 있어서 죄없는 소형차가 수난을 당하고 있네요....
무조건 큰차를 탄다고 좋은건 아닙니다...
기름 한방울도 안나는 우리나라에서 소형차가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리고 선진국들도 큰차를 안타고 소형차를 많이탑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문화, 다시 바꿉시다... 

라비타좋지님의 댓글

  • 라비타좋지
  • 작성일
^^ 가격에선 참 정직한 라비타였지요...그러나 연비때문에 라비타 샀다가 마티즈로 돌린 분도 계시듯...연비가 좀 안좋았죠...

이민우님의 댓글

  • 이민우
  • 작성일
라비타가 판매촉진이 되지않았던 이유 중 제 생각에는 현대자동차에서 내수판매에 열을 낼 필요가 없었던 거죠. 물론 내수가 이윤이 많이 남지만... 라비타는 투스카니와 아반테를 만드는 공장에서 만들었는데요.. 상대적으로 아반테와 투스카니의 생산량도 많았거니와 라비타 자체적으로도 유럽수출이 많았기에.. 인기를 못었던 차를 판매장려를 할 이유가 없었지요.. 아마 목매어서 판매를 했다면 좀더  도로에서 많이 볼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물론 위에서 말씀하신대로 다른 이유도 많지요..

이환승님의 댓글

  • 이환승
  • 작성일
라비타가 한국에서 판매부진을 겪은 이유는 이미 다들 아시는 내용이지만 저는 라비타가 결코 '잘 설계하고 잘 만든 자동차'라는 데는 동의할수 없습니다.
거꾸로 생각했을때 진정 '잘 설계하고 잘 만든 자동차'라면 한국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을수도 있지요.
한물간 피닌파리나가 디자인에 개입했다거나, 수출물량은 근근히 팔린다는점, 게다가 약간의 동정심을 덧붙여서 굳이 '잘 설계하고 잘 만든 자동차'라고까지 할만한 차는 아니라는 겁니다.

조상현님의 댓글

  • 조상현
  • 작성일
내수용 디젤이 있긴했었나요

변준호님의 댓글

  • 변준호
  • 작성일
내수용 나올려다 말았죠....수출형에는 있었지만요

이인원님의 댓글

  • 이인원
  • 작성일
  위에 쓰신 분 정말 어이가 없군요. 피닌파리나가 한물갔다? 개입했다? 아직도 유럽 3대 카로체리아로 꼽히는 피닌파리입니다. 페라리 마라넬로, 599 GTB, 612 Scaglietti K, P4/5,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볼보C70 등이 피닌의 작품입니다. 페라리 디자인이 한물 갔나요? 그리고 개입한게 아니라 완전히 피닌의 디자인입니다. 여기 확인해보세요. http://www.autodesignmagazine.com/articoli/es/129/matrix.htm
오히려 다른 사례와 달리 현대가 거의 손대지 않은 피닌의 피가 흐르는 디자인이고요. 수출물량이 근근히 팔린다? 2002년 이래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현대차는 늘 1위 클릭, 2위 라비타 혹은 산타페 (이후로는 투싼)의 순서였습니다. 2004년, 2005년 계속 5만대 이상을 수출했습니다. 싱가폴에서 2003년도에 현대차가 수입차 3위를 기록했는데 그때 현대차 팔린 대수의 반 이상이 라비타였습니다. 영국의 깐깐한 자동차 잡지들이 액센트, 소나타, 아반떼 등에 별 2개 줄 때 3개 받은 차가 라비타입니다. 알려면 정확히 알고 쓰시죠.. 

양동환님의 댓글

  • 양동환
  • 작성일
라비타 프로젝트에 한 때 참여했던 저로써.... 이렇게 애정스런 글을 올려주신 님께 감솨드립니다...원래의 모습은 기업 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지만, 꽤 다른 모습이었죠.... 전체적 모습은 피린파리나의 원작이 거의 살아 있구요....

정수연님의 댓글

  • 정수연
  • 작성일
라비타를 5년간 보유했던 오너입니다.. 확실이 동급 준중형에선 실용성이나 실내의 공간, 쓰임새, 인테리어 , 마무리등 상당히 우위에 있으면서도 인기를 끌지못했지만 오너들은 오히려 희소성때문에 좋아하던 차 가 라비타입니다 .. 2002년에 최고급형 1300 만원대에 뽑았는데

정수연님의 댓글

  • 정수연
  • 작성일
그때 뉴이엡 소나타 신형이 1.8 고급형 오토달고 1300 만원대 였습니다 당시에는 고그ㅡㅂ차종 아반떼보다는 한급 위였죠 ...그리고 아반떼가 가격을 올릴때 라비타는 가격이 오르지않아 거품이 전혀 없는 가격에 공급됬지만 여전히 판매는 거의 넚었구요..  그래도 6년 여를 단종되지아ㅏㄶ은건 유럽수출이 상당했기 때문이고 지금도 생산하고 있지요..

정수연님의 댓글

  • 정수연
  • 작성일
지금까지 여러차를스포츠 몰았고 지금은 엑스 스포츠 를 구입해서 이전의 감각은 잊었지만 5년동안 한번도 고장없이달려주었던 완성도높은 차입니다..
주위에 누군가 라비타에 대해 물어본다면 자신있게 추천할수있는 몆안되는 차...

김응상님의 댓글

  • 김응상
  • 작성일
라비타의 아쉬운 점...
기계식 주차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
대부분의 기계식 주차장에는 일반승용차 크기로 되어있어서... ㅠ ㅠ

신강섭님의 댓글

  • 신강섭
  • 작성일
라비타에 토크감 좋은 디젤엔진하나....
1.5WGT라도 올렸다면 국내 소비자들에 천대까진 하지 않았겠죠.

이강욱님의 댓글

  • 이강욱
  • 작성일
1.8 타고 있습니다 2.0에 5단 자동미션이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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