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식 프로액센트 230,000km 시승기

박지흠 2013-11-29 (금) 12:52 4년전 8925


안녕하세요
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오토스파이에 시승기라는 것을 쓰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차에 대해서 열정과 사랑을 가지고 있는 아홉수 총각입니다.
나름대로 주변에서 자동차전문가라고 자칭, 타칭하고는 있지만 사실 아는 것에서 한꺼풀만 벗기면 아는게 아무 것도 없는... 하지만 열정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답니다.
저는 오토스파이에서 항상 좋은 정보를 접하고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저의 개인적인 의견도 남들에게는 좋은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렇게 시승기를 올립니다.
저는 테크니컬하거나 통계적이고 체계적인 지식에는 약하지만 순발력과 감각은 남을 초월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입니다.(욕먹겠다...ㅡ.,ㅡ) 그래서 이 글에는 정확한 지식보다는 제 느낌이 다분히 포함되 있을 겁니다.

제 차량은 96년 5월 16일 출고된 프로액센트 수동기어 모델입니다. 저는 이 차량을 중고차 딜러를 하시는 아버지 친구분한테서 처음 구입한 사람이 급히 외국으로 떠나게 되어 (사실 정확한 내용은 모름) 정확히 503km를 주행한, 그러니까 비닐도 안벗긴 중고차 아닌 중고차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구입 당시 아반떼, 스쿠프터보, 프로액센트 세개의 차종 중에서 상당히 갈등을 많이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갈망해온 핫해치... 아니 사실은 좋은 조건의 매물인 관계로 구입하였습니다.
차를 처음 받았을 때의 느낌은... 우...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웅장하고 과격하고 그로테스크하며 아름다움까지 느껴지는 앞범퍼, 똘망똘망 귀엽고 앙증맞은 차체,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인테리어...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 사실은 저희 형과 저의 자화자찬) 어쨋든 처음으로 차를 구입해서 그 차가 내 앞에 떡하니 왔을 때의 심정은... 차를 사보신 분들은 잘 아실겁니다.
그 당시에는 차 길들이기고 뭐고 그런거 몰랐습니다. 면허를 딴지 두달밖에 안된지라, 처음 1,000km까지는 아버님이 동승하신 상태로 아버님의 조언대로 차량을 길들였습니다. 그후 학교가 지방(조치원)인 관계로 당시 저의 서식지였던 송탄(오산 바로 밑입니다)에서 조치원까지 지방국도 왕복 130km를 매일 차로 왔다갔다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미친 짓이었죠. 왕복 4차선 지방국도에서 170km로 질주하는 청록색 프로액센트는 미친X 그 자체였을 겁니다.
운전 자체가 즐거워서 미친듯이 돌아다니다가 첫번째 사고가 났습니다. 바로 학교 교내에서 교차로에서 마주오던 차량과 정면충돌을 한거죠. 사고수습하고, 대강 합의하고 (저는 피해자였습니다) 그날 밤 서글픈 마음에 잠못들고 배게와 씨름을 했습니다. 다행히 범퍼와 헤드라이트 교체 정도의 경미한 사고였습니다.
어쨌든 엄청난 통학거리로 인해... 출고 1년만에 적산거리 60,000km라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2학년이 마치고 군대를 갔........................어야 했는데 여차저차한 이유로 병역특례라는 명목에 회사를 3년 가까이 다녔습니다. 이곳이 온양인지라 왕복 120km거리를 매일 출퇴근했습니다. 또한 여자친구가 생겨서 일주일에 서울을 두세번 왕복했죠. 두번의 작은 사고가 있었고 98년 형이 제대하면서 잠시 형에게 액센트를 빼앗기고 아버지의 90년형 쏘나타와 몇년을 함께 했습니다.
형은 학교가 또 수원인지라 역시 차를 가지고 등하교를 했습니다. 형은 안전운전365일을 몸소 실천하는 관계로 사고는 없었죠. 그리고 제가 복학을 하면서 다시 형에게 차를 빼앗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복학 후 학교에서 서식하면서 액센트의 전국일주가 시작됐습니다. 주말마다 도서관에 있는다면서 부산으로, 광주로, 대구로, 대전으로, 목포로 전국일주를 했습니다. 쬐그만 차에 사람을 대여섯명씩 싣고 다녔습니다.
졸업 후 취업을 하고 형이 결혼을 하면서 잠시 차를 가져갔다가 이제 저의 액센트가 다시 제 손에 왔습니다.
이제 적산거리는 23만km. 늙은 티를 팍팍 내는 차입니다. 내장재에서 각종 찌그덕삐그덕소리, 하체에서 터덜터덜너털너털소리, 저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진동을 합니다. 아참, 차의 여러부분이 바뀌었죠. 촌스러운 청록색에서 쌍큼한 검정색으로 다시 도색을 했고 휠타야를 195/50/15로 교체, 오디오, 핸들, 기어봉, 센터페시아 도색 등 나름대로 정성스럽게 꾸며져 있습니다.

시승기가 아닌 그냥 제 푸닥거리가 되어버렸군요
이제 시승기에 들어가보겠습니다. (제 차니 시승기라기보다는 평가 정도가 되겠네요)
1. 가속 및 제동 성능
- 튜닝사항(튜닝이라고 할것까지도 없지만)은 백금플러그와 울트라케이블입니다.. 아참 에어클리너로 연결되는 덕트를 제거한 것도 있군요. 미션은 재작년에 유로액센트용으로 교체되었습니다. 프로액센트 미션 재생품은 구할 수가 없더군여..... ㅠ.ㅠ
- 제 운전솜씨가 별로이고 계측 역시 정확한 데이터는 아니겠지만 0ㅡ>100km 가속은 약 11초 정도에 이루어집니다. 1.5L 4기통 SOHC엔진으로는 195/50/15 신발을 신은 차량치고는 상당히 우수한 성능이라 생각합니다.
- 전문가의 조언으로는 엔진의 반응이 상당히 좋으며 상태 또한 좋다고 합니다.
- 현재 최고속력은 며칠전에 190km/h까지 뽑아봤습니다. 허브베어링, 타이어 교체하고 얼라이먼트 새로 본 기념으로... 아참 오랜만에 왁스도 한번 먹여줬습니다.^^;;
- 브레이크 잘 듣고 밀리는 느낌 없습니다. ABS도 없고 앞바퀴 디스크, 뒷바퀴 드럼의 아주 보편적인 구성이지만 이정도 차량에 딱 맞는 제동성능인 것 같습니다.
2. 동력성능
- 감각적인 느낌이 다분하겠지만 타이어인치업으로 인하여 코너링에서 조금은 안정적인 느낌입니다. 하지만 뭐 길을 움켜잡는다던가 그런 느낌은 절대로 없습니다. 조금만 터프하게 다뤄도 타이어가 신음소리를 냅니다. 특히 신읍소리를 내기 이전에 차가 옆으로 투투투투 튀면서 미끄러지는 느낌이 납니다. 타이어도 좋은 걸로 끼워줬는데... ㅠ.ㅠ
- 역시 댐퍼가 순정인지라 금가속, 급감속시 매우매우 심하게 출렁거립니다.
- 프로액센트의 댐퍼가 여타액센트보다는 하드하게 튜닝되어 있다는데 다른 액센트들은 어떨지... 아주머니 장보기용 차이면 딱 좋겠습니다.
3. 외관 및 내장
- 이차에서 가장 맘에 드는 부분입니다. 요즘에 나오는 차들과 비교해봐도 전혀 손색이 없는 외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로써는 상당히 과격한 디자인의 앞범퍼, 깔끔한 옆과 뒷모습, 올망똘망한 자태와 과격함이 어우러진 현대자동차 역사상 최고의 디자인이라고 칭하고 싶습니다.
- 청록색은 상당히 촌스러웠는데 검정색으로 도색한 후 조금은 핫해치의 모습에 가까워졌다고 자부하고 싶습니다.
- 애프터마켓에서 장착한 휠 역시 가격대비 뽀대의 가치가 돋보입니다.
-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베르나WRC처럼 오버팬더라면 뽀대가 가히 상상을 추월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 센터페시아 부분을 은색으로 도색, 모모레이싱핸들, 카본룩기어봉 등으로 교체한 운전석은 세월의 흔적은 무수히 많이 보이지만 깔끔하고 잘 정돈되 있는 느낌입니다.
- 아쿠엠시트도 차량 내부와 잘 어울립니다.
- 플라스틱 내장재는 프로액센트의 수준에 딱 맞게 아주 기본적인 검정색(짙은 회색)으로 블랙톤 내장을 좋아하는 저와 잘 맞습니다.
4. 내구성
- 엔진의 내구성은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습니다. 얼마전 엔진오일을 심하게 먹어서 헤드가스켓과 가이드씰을 교체한 것 이외에는 엔진은 한번도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정말 단 한번도. 언제까지 버텨줄지 모르지만... 아직은 엔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 미션의 내구성은... 18만km에서 교체를 했으므로... 음... 뭐라고 말을 못하겠습니다. 운전 초기 클러치조작 미숙으로 자주 끄르르르르르르르르륶~ 하는 소리를 많이 낸게 이유인지 몰라도... 뭐 어쨌든 18만km까지 돌아줬으니 나름대로 만족할만하지 않나 싶습니다.
- 하체의 터덜거림. 가장 불만스러운 부분입니다. 쇼바쪽에서도 삐거덕소리가 납니다. 요철이라도 한번 지나가면 차 바닥에 무슨 짐을 실은 것 마냥 터덕터덕쿡떡쿡떡거립니다. 차체강성과도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차체가 변형되거나 파손된 적은 없습니다. 각종 부싱류의 마모가 더 큰 원인일 수도 있지만... 보디튜닝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습니다. (비용 문제로 계류중)
5. 소음
- 엔진소음은 저 밑의 글처럼 상당히 심합니다. 페라리의 울부짖음도, 터보차저의 전투기소음도 아닌, 그저그런 엔진의 소음이 실내로 그대로 유입됩니다. 에어덕트를 떼어낸지라 흡기소음도 조금 있습니다.
- 타이어를 인치업한지라 주행시 노면에서의 소음도 큰 편입니다.
- 오디오를 장착하면서 문짝 내부 방음처리를 해서 꽤 조용하다고 자부합니다.
- 그래서 밑의 글 쓰신 분처럼 음악을 못 들을 정도는 아닙니다. 순정오디오도 잘 들렸습니다...ㅡ.,ㅡ
6. 종합적인 평가
한국차가 내구성이 떨어진다, 디자인이 나쁘다, 성능이 안 좋다 등등 말이 많습니다. 분명히 얼마전 타본 94년식 스카이라인GTS-T하고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비교자체가 바보스러운 것 같습니다) 그 차에서 느꼈던 10년이라는 시간을 잊게 하는 강인한 차체강성과 엄청난 가속성능하고는 게임이 안되지만, 750만원짜리 (부가세 포함가격) 차가 8년동안, 정비나 보수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30,000km라는 적산거리를 기록하면서도 아직까지 멀쩡하게 잘 달려주고 있는 걸 보면 국산차도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나이든 흔적이 보이지만, 지금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단지 자금의 압박으로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프로액센트를 사랑하고 앞으로의 목표는 400,000km까지 타보는 것입니다. 그때까지 버텨줄지 모르지만 지금의 상태로 미루어본다면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 청춘과 함께 해온 프로액센트는 제 첫 차로써, 제 젊은시절의 동반자로써, 최고의 스포츠카로써 제 기억에 영원히 남을겁니다. 영원히!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지흠 2003-03-13 (목) 00:00 14년전
아참... 사진자료는 제 차를 점검해 주신 분의 사이트에서 퍼왔습니다. (제 차 사진입니다.) 사이트는 autobook.co.kr입니다. 아시는 분들도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글내용 역시 그분의 말씀을 많이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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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근 2003-03-13 (목) 00:00 14년전
애마에 애정이 남다르시네요~ 좋은 추억이 계속 함께하길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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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섭 2003-03-13 (목) 00:00 14년전
저도 액센트를 좋아하는데 가격대비 성능(?)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액센트 같은 차가 또 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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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2003-03-13 (목) 00:00 14년전
엑센트는 가격대비 정말 좋은 차죠. 다만 노면 소음이 다소 거슬리고 조수석쪽 도어유리에 문제가 좀 있지만 젊은 오너들이 타기에는 딱 좋은 차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시승기 잘 읽었네요. 열정도 대단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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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욱 2003-03-13 (목) 00:00 14년전
갑자기 프로엑센트tgr이 생각나는군요<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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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우 2003-03-14 (금) 00:00 14년전
우리 형 차가 청록색 프로 엑센트 96년형 수동입니다. 차 무지 좋죠. 님 말씀하신대로 승차가 넘 하드한거 빼고는 주행성능 좋고 외관도 잘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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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진 2003-03-14 (금) 00:00 14년전
정말 잘봤습니다... 저두 제 카렌스 20만키로타구나서 여기에 올려야겠다는 조금은 건방진(?) 생각이 드네여... 저두 카렌스 안샀으면 프로엑센트오너였을텐데... 엑센트 정말 좋은차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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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2003-03-14 (금) 00:00 14년전
저도 95년식을 새차로 사서 14만킬로를 2002년까지 탄 사람입니다...<BR>첨엔 스쿱하구 고민하다 삿져....훌륭한 저의 발이 되어주엇던 프로한테 지금도 감사하구있답니다.....전 경부고속 내리막에서 195밟어봣져....<BR>역시 그건 미친짓이더군여.....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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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환 2003-03-14 (금) 00:00 14년전
굉장하십니다  차를 그렇게  오래 타실수  있다니  전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짜증나  당장 바꾸고 싶던대  병적이여요  아주  신형에 뻑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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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흠 2003-03-15 (토) 00:00 14년전
프로액센트 도어유리는 조수석뿐만 아니라 운전석도 고장이 잘 납니다. 4도어나 유로보다 문이 훨씬 커서 유리도 큰데 유리모터나 가이드는 똑같은걸 쓴다고 합니다. 그래서 힘이 없는거죠...<BR>그리고 액센트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골프GTI 정도의 성능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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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관 2003-04-21 (월) 00:00 14년전
저도 엑센트를 2년간 몰아봤는데, 정말 님같은 애정을 가질 정도로 좋은 차로 기억되고있답니다~ 연비도 비교적 높고... 님의 글을 읽으면서 아련하게 추억이 떠오르는군요^^ 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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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우 2003-08-05 (화) 00:00 14년전
저도 전에 유로엑센트 탔었는데 지금은 아반떼xd타고 있어요. 성능이 오히려 엑센트가 나은것 같더라구요. (단순한 가속력만 가지고 볼때). 속도 매니아거든요~.돈없어서 스포츠카는 못사고 소형차로 ^^ . 유로엑센트 195km/h까지 밟았었는데 아반떼는 겨우 190까지 밟아봤어요.실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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