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라GT 레포트

최택진 2014-09-04 (목) 01:17 4년전 5565


Autozine의 포르쉐 카레라GT 기사 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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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를 뒤흔든 959의 탄생 이래 16년간 포르쉐는 수퍼카를 만들지 않았다. 1997년과 98년의 911 GT1는 수퍼카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FIA의 승인 요구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디자인된 공도용 레이스카이므로 959의 계승자는 아니다. 959의 팬인 나로서는 실망이다. 페라리가 288GTO (역주: Grand Tourismo Omologato)의 후속으로 F40, F50, 엔초를 내놓는 동안 포르쉐의 벤델린 비더킹 회장은 수퍼카급의 차를 백안시했을 뿐 아니라 스포츠카 레이싱에서도 발을 뺐다. 대신 그는 카이옌 SUV에 돈을 쏟아부었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그렇다, 비더킹은 의심할 여지 없는 뛰어난 사업가이며 포르쉐를 적자의 수렁으로부터 구해낸 구세주이지만 그의 사업관은 포르쉐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고 있지 않다. 만일 페리 포르쉐 (역주: 포르쉐의 창업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의 아들)가 살아있었다면 비더킹의 사업방식에 찬성하지 않았으리라.

재미있게도 오늘날 우리는 비더킹이 정신차린 덕이 아니라 해체된 스포츠카 레이싱 팀의 지난 노력 덕분에 카레라GT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카레라GT는 90년대 말 포르쉐가 스포츠카 레이싱에서 발을 빼기 전해, 르망 경주에 투입하고자 개발되었다. 이 차는 탄소섬유 셰시에 자연흡기 5.5리터 V10 엔진을 얹었다. 불행하게도 르망 경주의 규제 변화와 비더킹 회장의 지원 부족으로 결국 프로젝트는 휴지통으로 들어가게 될 판이었다. 그러나 사업가 선생께서는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 돈을 날려버리고 싶지 않았고, 기술자들로 하여금 르망 머신을 일반 도로용 자동차로 만들게 하여 이를 2000년 파리 모터쇼에 선보였다. 양산될 기약조차 없었지만 2002년 1월, 1000대분의 예약 주문이 접수되어서야 사업이 추진되었다. 하여간, 카레라GT는 비더킹의 예외적인 사업 결정이다.

카레라GT에는 33만 유로(역주: 한화 약 4억원)라는 가격표가 붙혀졌다. - 파가니 존다보다 15% 비싸고 페라리 엔초보다 25% 싸다. (역주: 페라리社는 엔초 페라리라고 공식적으로 부르지만, '페라리+모델명'으로 불리던 과거의 전통과, 자동차 이름과 페라리 창업주의 이름을 구분해야 한다는 이유로 페라리 엔초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페라리의 수퍼카가 349대만 한정 생산되며 (역주: 엔초의 최초 생산예정 대수는 349대였으나 열화같은 성원으로 399대로 상향 조정되었음.) 존다는 더 희귀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카레라GT는 돈에 비해 희소가치가 높지 않다. 포르쉐는 카레라GT를 3년동안 1500대 생산할 예정으로 수퍼카로서는 상당한 생산량이다. 재미있게도 카레라GT는 바이작이나 주펜하우젠에서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카이옌 SUV가 생산되는 라이프치히에서 생산된다.

다행스럽게 카레라GT는 911 GT1같은 공도용 레이스카와는 다르다. 뿌리는 레이싱에 두고 있지만 일상에 쓰기에 좋게끔 리엔지니어링을 했다. 한 예로 셰시를 들 수 있다. 원래의 르망 머신은 엔진이 탄소 섬유제 tub (운전석 주변을 구성하는 욕조같은 형상의 구조물)에 직접 볼트로 고정되어 있었다. (F50 드라이버라면 그 진동이 얼마나 나쁜지 알 것이다.) 카레라GT의 엔진과 서스펜션은 유압식 마운트를 통해 케이지(역주: cage. 레이스카의 강성을 지지하기 위해 파이프 등을 연결해 만든 새장 형태의 구조물) 같은 탄소섬유 서브 프레임에 결합함으로써 콕핏(역주: 운전석)을 진동과 소음에서 격리시키고 있다. 이는 최초의 탄소섬유 서브 프레임으로서 합금제 서브 프레임을 쓰는 경쟁 모델들에 비해 더 경량이다.

페라리나 파가니와는 달리 포르쉐의 새 수퍼카는 V10 엔진을 달았다. V12 엔진에 비해서 더 짧아서 중량배분에 유리할 뿐 아니라 더 가볍다. - 엔초의 엔진은 224kg이지만 카레라GT의 엔진은 214kg이다. 카레라 GT의 가장 두드러진 장점은 신형 세라믹 클러치(PCCC, or Porsche Carbon Ceramic Clutch)에 힘입어 아주 낮은 위치에 엔진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강력한 세라믹 소재덕에 클러치의 직경을 작게 하고도 강력한 토크를 소화할 수 있다. 클러치의 작은 직경 덕택에 엔진의 크랭크축을 바닥에 가깝게 위치시켜 상당한 저중심을 끌어냈다.

V10 엔진은 레이싱 유닛을 베이스로 개발되었다. 주된 변경점으로 5.5리터의 배기량은 토크를 향상시키고 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해 5.7리터로 올라갔다. 이상하게도 각도(역주:5개의 실린더 쌍이 서로 V형을 이루는 각도)가 부드럽다고 여겨지는 72도 대신 68도로 되어있다. 때문에 점화가 불균일하지만 거의 알아차리기 어렵다. 포르쉐가 68도를 선택한 것은 10년전 레이싱 부문에서 흡배기 효율과 부드러움 간의 최적점이 68도라는 연구 결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5733cc 유닛은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졌다. 니카실 실린더 라이너 (역주: Nikasil. 니켈 실리콘 카바이드를 코팅하는 것)는 보어(역주: 실린더 내벽)과 피스톤 사이에 발생하는 마찰을 최소화 시켜준다. 알루미늄제 피스톤에는 티타늄제 커넥팅 로드가 연결되며 엔진 회전수를 8400rpm까지 자유로이 끌어올릴 수 있게 해준다.

흡배기를 위해서 실린더 헤드에는 실린더당 4개의 전통적 밸브가 달려있다. 흡기 밸브 타이밍은 가변적이지만 배기 밸브쪽 타이밍은 고정되어 있으며, 페라리 엔초의 V12 엔진과는 달리 가변 흡기/배기 매니폴드 등은 달려있지 않다.

연소실은 12:1 이라는 엄청난 압축비로 돌아간다. 더우기 보어(역주: 실린더 직경)가 98mm, 스트로크(역주: 피스톤의 왕복거리) 76mm라는 오버스퀘어 디자인은 고회전과 출력에 일조한다. (역주: 일반 승용차는 보어와 스트로크가 거의 같습니다. 이를 스퀘어(=정사각형) 타입이라고 합니다. 스트로크가 더 긴 롱스크로크 타입은 토크가 중시되는 화물차 등에서, 보어가 더 긴 숏스트로크 타입은 스피드(회전수)가 중시되는 스포츠카 등에서 쓰입니다.) 8000rpm에서 포르쉐의 V10 엔진은 612마력 (리터당 106.8마력)의 출력과 435 ft.lb (역주: 60.14kg.m에 해당)의 최대토크를 뿜어낸다. 토크는 근래의 수퍼카들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수치인데 이는 부분적으로는 배기량이 더 작기 때문이고 부분적으로는 짧은 스트로크 때문이다.

가벼운 V10 엔진, 탄소섬유제 셰시, 세라믹 클러치, 알루미늄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 세라믹 브레이크, 마그네슘 휠에도 불구하고 카레라GT는 가볍지만은 않다. 포르쉐의 말에 따르면 전비중량(역주: 냉각수, 윤활유, 연료 등을 포함한 중량)은 1380kg에 이른다. 페라리 엔초는 더 강력한 엔진을 달고도 15kg이 더 가볍다. 더욱 애석하게도 올해 초에 Autocar가 테스트 했을 때는 1472kg으로 측정되었다. 그 결과 0-60mph는 3.7초, 0-100mph에는 7.4초를 기록했다. 양쪽다 파가니 존다와 대등하지만 페라리 엔초에는 미치지 못한다. (Road & Track지에 따르면 엔초는 각기 3.3초, 6.6초가 걸렸다.)

최고 속력에 대해 말하자면, 카레라GT는 맥라렌의 기록에는 도전자감이 못된다. 다운포스를 늘리기 위한 공력설계로 공기저항계수는 0.396나 되어 포르쉐가 말하는 최고 속력인 205mph까지 도달하기 어렵다. 포르쉐의 테스트 드라이버가 바람을 등지고 208mph까지 기록했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즉, 카레라GT는 가장 빠른 차도, 가장 가속이 뛰어난 차도 아니다.

그러나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핸들링을 보이는 수퍼카임에는 분명하다. 포르쉐 기술자와 테스트 드라이버들(특히 발터 롤)의 튜닝 기술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911처럼 디자인면에서 결점은 있지만 기능적으로는 무척 훌륭하다. 이 차는 폭이 무척 넓고 높이는 낮으며 휠베이스가 길어 무척이나 안정감이 있다. 거기에 작은 엔진이 낮게 자리잡고 있으며 가로배치된 기어박스 덕에 낮은 무게중심과 적은 극관성모멘트(polar moment of inertia. 역주: 쉽게 말해 물체의 회전관성을 말함)를 끌어냈다. 기술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최고 수준의 핸들링을 보여줄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유일한 의문점은 '도로에서 정말로 그런 좋은 핸들링을 보여줄까?'라는 것이다.

[도로에서]

스타일링의 관점에서 보자면 카레라GT는 실망스럽다. 너무 평범하고, 수퍼카다운 특이함이 부족하다. 선은 너무 부드럽고 디테일이 911 GT3에 비해 공격적이지도 않다. 굳이 파가니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기에는 모자란다.

타르가톱(targa-top. 역주: 천정을 떼어낼 수 있는 것. 필러들은 모두 온전히 있다는 점에서 일반 오픈카와는 다르다.) 콕핏은 타이트하지만, 특히 높게 자리잡은 기어 노브는 인체공학적으로 훌륭하다. 탄소섬유가 그대로 노출된 tub를 보면 차의 가격표가 상기된다. 하지만 캐빈 (역주: 실내공간)의 다른 부분은 플라스틱 재질이 911이나 박스터보다 나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고급스럽지는 못하며 디자인은 모험을 피한 인상이다. 파가니 존다에 비해 다시금 평범하다고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시동을 걸고 클러치를 맞물리면 십중팔구 당신은 시동을 꺼뜨릴 것이다. 세라믹 클러치는 강력하긴 하지만 마치 ON-OFF 스위치 같아서 부드럽게 맞물리기 힘들고 연습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일단 이를 극복하고 차를 출발시키면 V10에 푹 빠져들 것이다. 짜릿한 엔진음 뿐 아니라 엔진 회전이 너무나도 자유롭고 부드러워서 마치 레이싱 엔진 같은 느낌을 준다. 람보르기니 V10보다도 더 말이다. 몇몇 경쟁차들이 갑작스런 출력 상승을 그리는데에 비해 출력은 선형적으로 죽 뻗어나가기 때문에 손쉽게 다룰 수 있다.

카레라GT는 전통적인 6단 수동 기어박스를 채용했다. 시빅 Type-R 스타일로 센터 콘솔 높은 위치에 자리한, 볼형태의 목제 기어 노브로 변속한다. 스티어링 휠에서 기어 노브까지 손의 이동거리가 아주 짧아서 빠르고 쉽게 변속할 수 있다. 게다가 조작거리도 짧고 느낌도 배끄러워서 사용하기 좋다.

엔진과 변속기가 고분고분하기 때문에 대단히 안정되어있고 밸런스가 잡힌 셰시의 잠재능력을 끌어내는 것이 즐겁다. 페라리 엔초보다도 지면에 달라붙는 느낌이며 더 안정되어있고 더 뉴트럴 스티어링에 가깝다. 또한 파워를 끌어내기에도 더 낫다. 페라리는 항시 엔진이 셰시를 압도하는 느낌이며 ASR 트랙션 컨트롤이 자주 개입한다. 포르쉐는 파워와 핸들링간의 밸런스를 제대로 잡아낸 느낌이다. 때문에 코너에서는 페라리보다 빠를 수 있다. 발터 롤은 중량대출력비가 더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뉘르부르크 서킷에서 엔초를 앞지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 그의 최고 랩타임은 7분 36초이다.

카레라GT의 셰시에도 결점은 있다. 저속에서 쥐약이다. 첫째 문제는 스티어링에 있는데, 저속에서 느리고 무딘데다 자꾸만 중앙 위치에서 벗어나려 든다. 그러나 스피드가 올라감에 따라 스티어링 감이 살아나고 응답성이 점점 좋아지는데, 마지막에는 페라리 엔초로는 꿈꾸지 못할 운전자와의 교감을 선사한다. 둘째 문제는 B-road (역주: B로드가 뭔지 전 모릅니다. 아시는 분?)에서 저속 운전이 까탈스럽다는 것이다. 분명 셰시는 보다 빠른 속도에 맞춰져있다. 이 특성은 레이싱 트랙보다 통상의 드라이빙에서 더 맛이 나는 파가니 존다와 대조를 이룬다.

포르쉐 카레라GT는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수퍼카중에서 가장 운전자 지향의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최고속은 아니지만 운전자로 하여금 더 빠르게 몰아부칠 것을 부추기고 보다 좋은 감각과 보다 고도의 정교함을 보여준다. 부족한 점이라면 독특한 이미지이다. 최첨단 수퍼카라기보다 꼭 덩지 큰 박스터처럼 보인다. 캐빈도 평범한 느낌이고 아무래도 V10은 심리적으로 라이벌의 V12에 비해 감점사항이 된다. 성능지상주의자가 보기엔 페라리 엔초에 미치지 못하고, 자동차 수집가에게는 희소가치가 떨어지며, 959의 팬들에게는 맛이 부족하다. 분명히 훌륭한 수퍼카이긴 하지만 자동차 역사책에 어떻게 남게 될지는 의구심이 든다. 이는 시간이 말해줄 일이다.

Copyrightⓒ 1997-2004 by Mark Wan
Translated by T.J.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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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2014-09-04 (목) 01:17 4년전
정식 명칭은 '페라리 엔초 페라리' 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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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식 2014-09-04 (목) 01:17 4년전
의외로 좋지못한 평이네요. 어떤사람은 역사상 3대수퍼카에<BR>넣고 싶다라고 평하던데.. 어쨋던 330km가 힘들다라는 말은<BR>좀 믿기 어려운듯... 충분히 330km 돌파하고도 남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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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택진 2014-09-04 (목) 01:17 4년전
A로드는 고속도로, B로드는 국도를 말한다고 합니다. 알려주신 박진욱님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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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2014-09-04 (목) 01:17 4년전
역사상 3대 수퍼카는 좀....포르쉐 역사상이라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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