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의 카리스마 영원할까?

김제동 2014-09-04 (목) 01:29 4년전 6825


포르쉐의 달리기 성능을 얘기하는 것은 ‘자동차를 몬다는 것’의 진정한 가치에 관한 얘기가 될겁니다. 자동차는 물론 인간을 원하는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교통수단이지요. 하지만 인간은 포르쉐같은 극한의 머신에 몸을 싣고 즐거움과 두려움 사이를 넘나드는 데서 일종의 쾌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포르쉐의 엔진 사운드는 남자의 심장을 뒤흔드는 묘한 마력을 지녔습니다. 차체 깊은 곳에서 울렁거리는 묵직한 저음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는 특유의 사운드. 일반적인 엔진 소리보다는 차라리 큰 배기량의 바이크 소리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포르쉐 매뉴얼에 보면 포르쉐가 소음문제 있어서도 매우 친환경적이라는 ‘예상치 못한’ 설명을 해놓고 있기는 하지만, 이 엔진 사운드가 없는 포르쉐는 상상이 안됩니다.

911의 가속 느낌을 911과 비슷한 5초 내외의 차종들과 비교해도 분명 포르쉐만의 독특함이 있습니다. 이 정도의 가속이라면 임프레자 WRX STi나 랜서 에볼루션 정도에 견줄 수 있겠는데요. 이런 차들은 하이톤의 엔진소리를 내면서 경쾌하게 튀어나갑니다. 비슷한 제로백 능력이라고 해도 911의 경우는 좀더 묵직하지요. 4.8초의 가공할 제로백 실력을 자랑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S600 같으면, 엄청난 토크로 주욱 밀어붙이는 느낌, 전체 파워트레인의 압도적인 힘에 운전자가 붕 떠오르는 느낌이겠지만, 911의 가속은 운전자와 차체가 함께 튀어나가는 일체감을 갖게 합니다.

코너링에서도 마찬가지로, 포르쉐만의 독특한 카리스마가 일품인데요. 예를 들어 서스펜션과 타이어를 스포츠 주행용의 고가제품으로 튜닝한 투스카니와 코너링 감각을 비교해 본다면 이렇습니다. 튜닝 투스카니가 서스펜션만의 힘으로 코너를 공략한다는 느낌이라면, 911은 차체를 지면에 잔뜩 웅크린채 운전자와 차가 하나가 된 느낌으로 돌아나간다고 할 수 있을까요. 사실 가격대로 보나 지명도로 보나 서로 비교대상은 아니지만 말이죠. 포르쉐의 코너링은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절정의 기량 그 자체라 할만합니다.

지금까지 포르쉐 예찬론만 펼친 것 같습니다만, 포르쉐는 지금 안팎으로 그리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정통 스포츠카로서 포르쉐가 지닌 카리스마 만큼은 여전하지만, 전체적인 기술발전에 의해 옛날만큼 압도적이라 하기엔 다소 퇴색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급이 다르긴 하나, 도요타 수프라나, 닛산 350Z같은 차들은 일본에서 3000만~4000원이면 살 수 있고요. 포르쉐 박스터의 경쾌한 드라이빙 성능을 원한다면 BMW Z4나 혼다 S2000 같은 유러피안 로드스터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정말로 가볍게 달리고 싶다면 일본 내에서 2000만원 정도에 살 수 있는 미드쉽 스포츠카 도요타 MR-S같은 차도 좋겠지요.

또 최근 전세계 자동차시장의 기호가 스포츠카를 외면하고 미니밴이나 SUV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점도 포르쉐의 고민입니다. 포르쉐 버전의 SUV가 나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지요. 포르쉐 같은 스포츠카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줄 아는 사람들 중에는 그만한 경제적 여유를 지닌 사람들이 적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 중에는 포르쉐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국내 포르쉐 매장을 찾은 많은 부자 고객들이 “비싼 차의 승차감의 왜 이 모양이냐”고 고개를 내저으며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까요.

포르쉐 브랜드가 스포츠카 브랜드 가운데 일종의 명품같은 위치를 점하고 있긴 하지만, 일반인이 구입하기엔 너무 비싸지요. 따라서 규모의 경제로 수익을 창출하기엔 포르쉐는 대단히 불리합니다. 포르쉐는 80년대 중반에 연간 생산량 5만대를 달성했지만, 그이후 생산량이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최근 3만대 수준까지 회복했지만, 아무리 고가의 차라 해도 규모면에서 21세기에 독립된 자동차메이커로 살아남기엔 중과부적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막강한 연구진이 있을지라도 이정도로는 앞으로의 포르쉐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것이죠. 아마도 카이엔의 성공에 힘입어 포르쉐에서 또다른 형태의 신개념 자동차가 등장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포르쉐 911 카레라 시승기

“포르쉐는 50년 넘게 세계에서 가장 정제된 스포츠카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제까지 생산된 모든 포르쉐 차량 중 3분의 2 이상은 아직도 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제품을 재활용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은 결코 재활용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위의 첫 문단은 911 카레라 사용 설명서 중에서 재활용에 대해 언급해 놓은 부분을 옮긴 것입니다. 짧은 문장 속에, '우리가 최고를 만든다'는 회사측의 자부심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50년 넘게 스포츠카를 생산해 왔지만, 그중 3분의 2 이상이 현재 거리에서 운행되고 있다는 사실. 이것이 꼭 포르쉐가 다른 메이커에 비해 훨씬 더 튼튼하게 차를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겠지만(연식이 오래된 포르쉐도 클래식카로서 가치가 여전하기 때문에, 그만큼 차주들이 관리에 신경을 쓰게 마련이겠지요), 어쨌든 매뉴얼의 재활용 언급은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 포르쉐 911 카레라 카브리올레를 나흘간 몰아보았습니다. 일전에 연예인 고현정씨가 타고 있다 문제가 됐던 고급SUV 포르쉐 카이엔 터보에 대해 쓰면서, 카이엔이 911의 코너링 감각을 그대로 이식한 듯한 차라는 표현을 썼었는데요. 카이엔이 이식받았다는 오리지널 911의 코너링 감각이 어떤지 궁금하지 않으신지요.

시승차는 911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911 카레라였습니다만, 그중에서도 전형이라 할만한 쿠페는 아니었고요. 지붕을 뜯어낼 수 있는 카레라 카브리올레 모델이었습니다. 가격은 쿠페보다다 조금 더 비쌉니다만, 전체적인 성능은 카레라 쿠페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5단 자동에 핸들에 부착된 버튼을 통해 단수를 조정하는 팁트로닉을 채택하고 있고요. 3596cc 6기통 DOHC 수평대향 엔진으로 320마력의 힘을 냅니다. 독일 자동차전문지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르트’(Auto Motor und Sport)지 2004년판 연감에 따르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5.2초 걸리는군요.

3.6리터 엔진에 320마력의 파워 자체만 놓고 보면, 사실 요즘 스포츠카 시장에서 그다지 눈에 튈 것도 없습니다. 911 카레라의 반값도 안되는 가격에 그만한 파워를 가진 일제 스포츠카들이 즐비하기 때문이죠. 최근들어 스포츠카 세단할 것 없이 출력 높이기 경쟁이라고 하듯, 배기량과 마력이 점점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포르쉐 카레라 수준의 엔진 파워가 예전처럼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고 보기는 힘든 것이죠.

그러나 포르쉐 엔진은 다른 차들과 분명 느낌이 다릅니다. 우선 6기통의 수평대향엔진을 쓰고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엔진 내부의 피스톤이 아래 위로 움직이는데 비해, 포르쉐 엔진의 피스톤은 좌우로 움직입니다. 피스톤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주먹을 주고받는 것 같다고 해서, 복서(Boxer) 엔진이라고도 하지요.

일본의 자동차회사 스바루의 임프레자WRX STi라는 스포츠세단도 수평대향엔진을 싣고 있긴 하지만,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STi의 엔진도 일반 세단 엔진보다는 훨씬 거친 엔진사운드를 들려줍니다만, 뭐랄까 911 쪽의 엔진음이 훨씬 결이 굵고 둔중한 느낍입니다. 911의 엔진사운드에 익숙해진 뒤 STi를 몬다면 엔진음이 가볍다는 착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거기다 포르쉐 엔진은 아시다시피 뒤쪽에 있습니다. 시트 뒤쪽에서 그르릉~ 그르릉~ 하고 묵직하게 전해지는 기분좋은 울림은 포르쉐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고유의 것입니다.

국내 고속도로에서 고속으로 달려보았는데요. 세계 최고수준의 양산스포츠카인만큼 노면에 붙어 달리는 느낌이 일품입니다. 다만 시승차의 문제인지 고속주행시 차 앞머리 쪽이 흔들리는 요잉 현상이 발생하더군요. 약간 불안한 느낌이 들어서, 시속 220Km 이상은 올려보지 못했습니다. 911같은 스포츠카 역시, 차량 상태가 좋지 못할 경우 고속에서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이 놀랍기도 했습니다. 몰론 상대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죠.

911터보 모델은 다르리라 생각됩니다만, 911카레라의 엔진은 320마력이라는 강력한 힘에 비해, 초반가속의 폭발력이 엄청난 그런 느낌은 아닙니다. 회전수가 좀 올라가고 토크가 받쳐주기 시작하면서 ‘터지는’ 그런 느낌이죠. 물론 5초대의 가속력이면 가속시 어깨가 뒤로 젖혀질 정도로 강력한 것지만, 가속이 그리 가볍지 않습니다. 아프리카 초원에 엉겨붙어 있던 치이타가 막 달리기를 시작하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처음에 엉겨붙어 있는 상태의 그런 묵직함이 분명 존재합니다.

포르쉐 같은 차를 몰아보고 단점을 지적한다는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911의 맹점도 분명 눈에 보였습니다. 그것은 포르쉐 자체의 문제일 뿐 아니라 최근의 시류와 관계된 것이기도 하지요.

출처: 조선일보 최원석 기자


 
 
이태경 2003-02-18 (화) 00:00 15년전
포르쉐는 개구리 스타일을 버릴것인가 ? 않버릴것인가 하는게 문제인것 같아요. 포르쉐는 엔지니어링이 뛰어나다고 했는데 몇년전부터 개구리 스타일에서 4도어 차량으로 시도하는걸 보면 고정적인 그 스타일을 버릴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될지 모르겠네요.<BR>정말 배기음 하나는 크고 우런차던데요. 전속 질주할때는 코베트랑 소리가 비슷해요.<BR>아무리 역사가 많고 젊음의 우상이라고 하는분이 타셨다고 해도 스타일을 바꿀 여력은 충분히 있디고 봅니다.(스포츠카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지면 시도하지 않을까 생각 됩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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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2003-02-24 (월) 00:00 15년전
저는 천년이지나도 포르세박사의 딸내미들은 개구리모양을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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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욱 2003-02-26 (수) 00:00 15년전
포르쉐는 차가 아니고 스피드머쉰이라 부르죠<BR>이런차를 승차감 논한다는게 웃긴다 생각하네요<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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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헌 2003-02-27 (목) 00:00 15년전
2001년형 포르쉐 카레라 911 (996)를 많이 몰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하신것처럼 수치상으로 더많은 마력을 가진 일본스포츠카와 다른 점은 바로 운전하는 &quot;느낌&quot; 혹은 &quot;감성&quot;이 다르다는 것이겠지요.  제생각엔 엔진이 뒤에 위치해 가속씩 모터보트배 앞이 떠오르는 듯 한 기분이 들어서 더욱 &quot;가속감&quot;을 느낄 수 있었고, 또한 앞이 뒤보다 많이 가벼우니 경쾌한 핸들링에 코너링시 드리프팅하기가 굉장히 수월하다는 점등이 특이했습니다.  이렇듯 마력이나, 제로백수치등이 반값의 일본차들과 비슷하더래도 운전하는 &quot;느낌&quot;은 천지차이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포르쉐의 그 특유한 &quot;그르릉&quot; 데는 리어엔진의 소리또한 그 &quot;느낌&quot;의 일부분이였죠.  하지만 포르쉐가 점점 &quot;감성적인 재미&quot;만 추구한다면, 언젠가는 최고의 성능과 디자인으로 무장된 일제 스포츠카 (350z, RX-8, Supra, NSX)들에게 추월당하는 것은 시간문제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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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운 2003-02-27 (목) 00:00 15년전
독일 자동차전문지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르트’(Auto Motor und Sport)지 2004년판 연감 은..어디서 파나요?? 가격도 알고 싶고...번역판인지도 알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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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2003-03-03 (월) 00:00 15년전
정말 포르쉐에 대한 귀중한 말씀들이시군요!<BR>이런 경험은 돈주고 못사는건데 몰아보셧다니 저도 한번 몰아보고 싶네요.<BR>포르쉐 핸들링은 상당히 중립적(뉴트럴 스티어링이라나 뭐라고 하던데요)이라던데 어떤지요?<BR><BR>그리고요. 연감은 2004년도 년말에 나오는것 아닌가요?<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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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2003-03-03 (월) 00:00 15년전
미드쉽 차량이랑은 또 핸들링 감이 어떻게 틀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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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헌 2003-03-11 (화) 00:00 15년전
신형 카레라도 엔진이 맨뒤쪽에 위치한 까닭에 무게중심이 중립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가속시 앞이 떠오르는 느낌이 드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단점일수도 있는 이점을  traction control로 제어해서 '재미'와 '핸들링' 두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드리프팅이 온몸에 전해주는 전율이 짜릿할 수는 있으나, 컨트롤을 잃어버릴경우에는 굉장히 위험해 지지요. 하지만 포르쉐의 완벽에 가까운 트랙션 콘트롤 시스템이 위험하다 싶으면 제어를 해주어서 걱정이 들됩니다.  참고로 복스터는 카레라와는 다른 미드쉽 엔진으로 좀더 중립적인 핸들링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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